금융 금융일반

[글로벌 전문가,보험산업 미래를 말하다] (1) 로빈 피터스 언스트앤영 금융서비스부문 이사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0.30 17:04

수정 2014.10.31 20:04

로빈 피터스 언스트앤영 금융서비스부문 이사 사진=박범준 기자
로빈 피터스 언스트앤영 금융서비스부문 이사 사진=박범준 기자

"보험으로 수익을 원하는 금융소비자는 독립재무자문업자(IFA)로부터 투명성을 보장받는 대신 이들에게 고액의 비용을 지급하고 조언을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로빈 피터스 언스트앤영 금융서비스부문 이사는 지난 22일 파이낸셜뉴스가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주최한 제6회 서울국제보험포럼 직후 박선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IFA의 역할이 상품판매에서 금융자문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면서 "IFA는 변호사.회계사급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고, 금융소비자는 이에 대해 합당한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정부 보장률이 높은 영국에 비해 한국의 보험사들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면서 한국 보험시장에 IFA가 도입돼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보험사,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박선영 보험硏 연구위원

―영국이 IFA 부문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었던 계기는 무엇인가. 한국엔 아직 IFA가 도입되지 않아 주목된다.

▲영국에서 보험관련 불완전판매(mis-selling) 스캔들이 많이 일어나면서 규제가 강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IFA가 발달했다. 올 초에도 영국 일부 대형 은행이 중소기업들에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의 구조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거나 불리하게 짠 뒤 판매한 혐의를 받는 등 대형 불완전판매 스캔들이 있었다.

IFA는 어느 금융회사에도 속해있지 않고 이해관계도 얽혀있지 않아 이 같은 스캔들을 막을 수 있고 투명성이 보장된다. 현재 영국 보험 판매채널의 75%를 IFA가 차지한다.

[글로벌 전문가,보험산업 미래를 말하다] (1) 로빈 피터스 언스트앤영 금융서비스부문 이사

―한국에는 IFA가 도입되지 않았는데도 불완전판매가 많았다. 이제 고객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IFA를 도입하려고 하는데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보나.

▲영국에서 IFA는 부유층에 특화돼 있다. 대면채널로서 IFA는 상위 1%의 부유층에 호의적이다. 중산층은 직접판매(다이렉트 세일) 형식이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중산층 규모는 몇 백만명에 이르지만 모두가 많은 돈을 내고 상담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건 아니다. 이들은 직접 정보를 찾을 수밖에 없다.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도 보험 판매채널이 다양화.맞춤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IFA 중에서도 핵심 인력이 부유층을 타깃으로 삼아야 하며 다이렉트 세일이 서민층을 타깃으로 해야 한다. 이 밖에도 온라인 및 여타 채널도 존재할 수 있다. 한국은 영국과 문화가 달라 부유층과 일반 서민층을 나누는 제도가 정착될 수 있을지는 확실하게 판단할 수는 없다.

―한국에선 소속 설계사들이 부유층을 맡고 있는데.

▲영국과 한국의 분위기는 다른 것 같다. 하지만 소속된 에이전트라고 해서 부유층을 공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득 최하위계층은 보험에 들 만한 여유도 없고 따로 설계사를 이용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다이렉트 채널을 선호한다. 사실 어떤 판매망을 선호하느냐는 부(富)에만 관련된 건 아니다. 나이나 시기도 관련 있다. 나이가 많을수록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기보다는 대면채널을 선호하고 설계사를 직접 만나 상담하는 것이 훨씬 능률이 있다. 반면 나이가 적을수록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고 자신에게 맞는 보험을 가입하려는 속성이 강하다. 따라서 유년 시절 보험에 대한 교육이 영국에선 화두가 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소속 보험설계사들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법은. 소속된 회사에서 영업을 잘하고 있는 이들을 IFA로 전환하는 게 효율성을 보장하는 방법인가.

▲한국 시장은 영국과 보험 체계 등 모든 것이 다르다. 영국이 한국에 비해 더 많은 부분을 보장해주고 있고 상대적으로 한국은 스스로 보호체계를 더 확립해야 한다. 사회보장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한국이 IFA를 도입하게 된다면 가장 부유한 계층부터 시작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러고 난 뒤 밑으로 내려오는 전략을 사용하면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다.

―소매판매채널 개선방안(Retail Distribution Review·이하 RDR)을 소개해 달라.

▲RDR는 영국 재정청(FSA)이 지난해 말부터 시행한 판매채널 개선제도로 IFA가 보험중개.판매 등에 머물지 말고 금융자문 전문가로 거듭나야 한다는 취지가 담겼다. RDR는 자문자가 상품 공급자나 소비자의 입장과 관계없이 무턱대고 높은 수수료의 상품을 권유하는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보험 판매과정을 자문과 판매로 구분해 자문자의 중개수수료를 자문비로 전환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커미션은 상품 공급자인 보험회사가 지급하지만 피는 고객이 직접 책정해 지급하는 제도다. RDR 시행으로 보험사들의 판매 과정에서 나타났던 불완전판매가 줄어들고 계약유지율이 개선돼 보험사에 대한 신뢰가 개선될 것으로 영국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무료 상담에 익숙한 고객들이 이들에게 많은 돈을 지급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상황은 이들이 풀어나가야 할 새로운 과제다.

―RDR 도입 이후 IFA 수는 줄었다. 보험시장 규모도 줄었다. 그럼 IFA의 미래는 좋지 않은것 아닌가.

▲그만큼 전문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객관적인 수치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전문성을 가진 보험 설계사들의 미래는 밝다는 것이다. IFA는 변호사나 회계사에 버금가는 전문성을 가지고 고객을 대해야 하며, '정직함'은 이들이 최우선시해야 하는 가치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을 떠나게 된다. RDR 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 중 흥미로운 부분은 하이퍼포머들이 주로 자산관리사가 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주의해야 한다. 그들은 판매에 두각을 드러내긴 하지만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기엔 역량이 부족할 수 있다.

―커미션이 IFA산업의 사활이 아닌가. 고객이 돈을 안 내려고 하면 어떻게 살아남나.

▲사람이 하는 일이므로 당연히 고객을 설득하는 작업이 수반돼야 한다. 여태까지 포트폴리오와 비교 분석함으로써 커미션 대가가 전혀 비싼 수준이 아니고, 여태까지 지급하던 정도에서 조금만 더 내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거나 일정안을 제시해 협상에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고객에게 가격을 정하라고 하는 건 서로에게 안 좋은 방법이다.

―한국의 경우 은행 시스템이 더 발달돼 있다. 이 과정에서 상담료가 발생하지 않다 보니 무료 시스템에 익숙한데.

▲한국에선 돈을 주고 보험 상담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 판매 상담을 판매 상품처럼 인식하게 해야 한다. 조언자들이 투명성을 보장하고 제도화 규정을 잘 지켜서 양질의 퀄리티를 확보하고 있으면 자연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보험판매의 멀티채널 현황에 대한 의견은.

▲보험 판매채널 다변화는 당연한 것이다. 앞으로는 더욱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설계된 방향을 가야 한다. 보험 가입자들은 점점 모든 정보가 통합돼 제공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들이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찾아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소비자가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조사하고 알아보고 할 것이기 때문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글로벌 보험 판매채널 다양화는 바람직하다.

정리=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로빈 피터스는… 영국 보험·투자개발 20년 경력의 베테랑

로빈 피터스 언스트앤영 금융서비스부문 이사는 보험 분야에서만 20년 넘는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으로 현재 영국 금융서비스부문의 보험과 투자분야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언스트앤영은 글로벌 회계법인으로 회계감사, 세무, 재무자문, 어드바이저리 부문에 특화돼 있으며 전 세계 140개국에서 17만5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피터스 이사는 언스트앤영 영국 생명연금 분야의 유력 조언자로서 영국을 포함한 유럽 전역에서 열리는 보험관련 행사에서 정기적으로 보험 판매 트렌드에 대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또한 보험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걸쳐 국제 전략개발과 종합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언스트앤영에 합류하기 전엔 영국 생명연금회사인 로이드뱅킹그룹에서 비즈니스 금융부문 전략 디렉터로 일했다.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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