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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체제안정 방점, 3중전회

차상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15 17:37

수정 2013.11.15 17:37

[월드리포트] 체제안정 방점, 3중전회

중국에서 최근 1주일 동안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일까.

18기 3중전회로 통칭하는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가 일단 중국 주류층과 함께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 같다.

그러나 중국 현지에서 보기에는 일반 국민의 관심은 축구에 쏠렸던 것 같다. 중국의 남부 광저우를 홈으로 하는 헝다팀이 지난 9일 3중전회가 개막하는 날 저녁 홈구장에서 열린 2013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 2차전에서 한국의 FC서울과 1대 1로 비기며 원정 다득점 기준에 따라 우승컵을 안았다. 이 팀은 이장수 감독이 작년 5월까지 이끌며 중국 슈퍼리그 우승을 일궈내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낯익은 팀이다. 중국팀이 아시아클럽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1990년 당시 랴오닝팀 이후 23년 만이다. 중국의 축구팬은 물론 온 국민이 열광한 것은 두말할 필요없다.


중국은 아시아에서도 축구 2류국가로 분류된다. 열렬한 축구팬인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 온 국민은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 다시 등장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현재 아시아권 국가대표팀 대항전인 아시안컵대회 본선출전 전망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헝다의 선전은 낭보 그 자체였다. 그것도 국가대표팀이 9명이나 포진한 헝다팀이다 보니 중국민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리기에 충분했다.

요 며칠간 만난 중국의 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은 물론 언론인, 교수들조차 대화의 소재는 엄숙하게 진행 중인 3중전회가 아닌 축구, 헝다이야기였다. 열광이 지나쳐 쓰촨 청두에서는 한국 축구팬과 중국팬이 경기를 본 뒤 집단 패싸움을 벌이는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국민이 그토록 좋아하는 축구 때문에 이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 것은 중국에 주재한 3년여 동안 처음 본 것 같다.

헝다팀의 운영회사이자 부동산 재벌인 헝다그룹이 우승과 함께 다음날 출시를 시작한 백두산광천수조차 화제가 됐다.

일부 언론에서는 넘치는 자금력과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최고의 광천수 브랜드를 만들 것이라며 '헝다정신'을 격찬하기도 했다.

반면 중국의 모든 언론은 3중전회를 지난해 이맘때 열린 당대회만큼이나 개막 전부터 연일 대서특필했다. 1978년 개혁개방이 선언된 이후 10년 주기의 주요 행사로 자리매김한 정권교체 첫 3중전회보다 더 많은 관심이 축구에 쏠리게 된 배경은 뭘까. 시진핑 총서기 겸 주석의 10년 국정운영 청사진을 내놓는다는 중요한 회의가 일반 민중은 물론 다수 식자층에서도 축구보다 관심 밖이 된 이유는 뭘까.

심지어 지난 11일 한국의 빼빼로데이 성격의 광쿤제에 하루 동안 중국인들이 800억위안(약 14조원)어치의 물품을 구매하는 엄청난 집중력을 보였는데 3중전회에 대한 쏠림 현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딱딱한 정치 소재를 일반 민중의 생활사와 비교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회의의 결과를 보면 이 같은 현상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2일 발표된 이번 회의 결과의 주된 기조는 서민의 생활 문제에 있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상당수 서방언론은 구체적 개혁의 이행방안이 차츰 모습을 보이겠지만 당일 나온 공보의 액면만으로는 실망할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대신 국가와 체제의 안정에 방점이 주어졌다는 것이 외부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특히 공산당 지도부가 창설하겠다고 밝혀 이번 회의의 하이라이트가 된 국가안전위원회는 당중앙위원회, 국무원(정부),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정치협상회의 등에 버금가는 거대 기구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 내용은 웨이보상에 올랐다가 곧바로 삭제됐다.

서방의 국가안보회의 성격이라고 하지만 국방.안보는 물론 정치, 경제, 문화, 정보, 사회안정 등까지 포괄적 업무를 맡을 것이란 전망이다.


공평, 공정, 민생안정, 경제, 시장화란 단어들의 크기가 과거에 비해 왜소해진 18기 3중전회를 통해 중국의 꿈을 투영시켜볼 만하다.

csky@fnnews.com 차상근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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