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해선 우리 기업이 회계를 '규제'가 아닌 '가치 창출 활동'으로 여기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신용인 한국공인회계사회(KICPA) 부회장(사진)은 26일 파이낸셜뉴스와 한국공인회계사회 공동주최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5회 국제회계포럼'에서 "제도적 측면에선 회계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지만 대외적인 평가결과는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모든 경제주체가 노력해야 한다. 특히 기업이 앞장서 회계전문 인력 확보 등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명해지면 이자비용 15조↓"
신 부회장은 먼저 "회계투명성의 개념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명성은 알고 싶어하는 대상과 관련된 정보가 널리 균등하게 공유하고, 모든 일을 공개적으로 정직하게 합리적 규칙을 행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러나 현재 한국의 회계투명성은 국가경쟁력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실제 지난 9월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한국의 회계투명성 순위는 조사대상 148개국 가운데 9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75위에서 16단계나 추락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로는 뒤에서 3등이다. 60개국 중 58위를 기록해 전년 대비 17단계나 떨어졌다. 국가경쟁력이 IMD 기준 60개국 중 22위, WEF 기준 148개국 중 25위를 기록한 것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러나 신 부회장은 이들 두 기관의 평가방법의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IMD는 총 314개 항목으로 평가한다. 이 중 회계와 감사부문은 기업경영효율 분야 평가항목 가운데 단 1개의 설문항목으로 평가한다. 이는 총 117개 항목 중 단 1개의 설문항목으로 조사하는 WEF도 마찬가지"라며 "회계투명성 순위가 들쑥날쑥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신 부회장은 "문제는 현재 후진국보다 낮다고 평가받는 말이 안되는 회계투명성 순위 탓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고착화되면서 갖가지 손실을 보고 있다는 점"이라며 "하지만 회계투명성이 개선된다면 국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38조원 증가하고, 세후이자비용이 15조원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감사인 독립성 강화 필요"
다만 신 부회장은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해 회계기준의 국제적 정합성은 높아졌지만 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한 작성 책임의식이 약하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회계기준은 기업에 보다 높은 전문성과 판단력을 요하는 반면 기업의 회계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것이 낮은 회계투명성 평가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기업의 사외이사, 감사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5.4%가 사외이사가 경영진과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고 응답했다"며 "이런 지배구조와 관련된 부정적인 인식 역시 회계투명성에 대한 인식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회계감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핵심과제라고 지적했다. 신 부회장은 "감사인과 회계감사에 부여하는 가치가 낮고, 이것은 저가수임과 회계감사품질 저하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자유수임제도 아래서 감사인의 지위가 약화되고, 독립성에 대한 불신이 회계투명성 평가에도 영향을 받고있다"고 설명했다.
■"객관적 투명성 지표 만들자"
회계투명성 개선 방안에 대해 신 부회장은 "재무정보를 작성하는 기업에서부터 감사인, 감독기구, 회계기준원, 학계, 정보이용자 등 모든 경제주체가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작성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재무제표 작성을 회계법인에 떠넘기고 있는 관행이 지속된다면 현 상황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어 그는 "감독당국 역시 기업의 고의적 분식회계는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기업의 회계제도 준수에 대한 가이드 역할을 현재의 페널티 위주에서 인센티브 부여 방식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특히 신 부회장은 학계에 객관적인 투명성 평가지표 개발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WEF, IMD 등 국가경쟁력 평가기구의 평가방법을 보완 가능한 객관적이고 우수한 회계투명성 평가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더불어 중앙대학교와 같이 회계 관련 교육을 확대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특별취재팀 김규성 차장(팀장) 김문호 정상균 김병덕 차장 임광복 박신영 김학재 김용훈 김기덕 김경민 박소연 윤지영(이상 증권부) 김문희 기자(생활경제부) 서동일 차장(사진)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