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철도 미래는 지금부터 시작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2.05 16:40

수정 2014.10.31 12:04

[특별기고] 철도 미래는 지금부터 시작

기차를 타면 나는 움직이지 않지만 차창 밖으로 사람과 풍경이 빠르게 지나간다. 편안한 여정이지만 차창 건너편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듯 나 역시 변해야 한다. 가끔씩 기차를 이용하면서 드는 생각이다. 철도에는 서민들의 웃음과 울음이 담겨 있고 철도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분의 땀과 열정이 고스란히 스며있다. 그러나 지난 1980년대 이후 우리 철도는 어둠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산업화시대에 우리 경제의 든든한 대동맥이었던 철도는 도로교통에 조금씩 밀려나면서 급기야 막대한 부채로 인해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지금과 같은 체제를 고수한다면 연간 5000억원에 이르는 만성적자와 빚으로 빚을 갚고 또 빚이 더 늘어만 가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철도는 변화가 절실하다. 철도공사는 스스로 변화해 대륙철도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개혁의 풍성하고 달콤한 열매를 종사자들이 국민과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만 철도종사자의 자부심이 높아지고 국민의 신뢰도 회복할 수 있다. 변화를 늦추면 늦출수록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된다.

항공산업의 사례를 보자. 2001년 개항한 인천공항은 1990년대 초부터 계획한 것이었다. 당시 인천공항의 건설에 대해 각계 각층에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공항공사를 별도로 설립하면 교차보조로 운영되는 우리나라 공항은 모두 망한다는 비판이 당시 인천공항 건설과 운영 준비의 실무를 맡았던 나에게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만약 일부 단체의 반대와 노조의 파업 위협으로 공항 건설이 무산됐다거나 위축됐다면 지금의 8년 연속 세계 1위의 인천공항은 없었을 것이다. 당시 적자 투성이였던 한국공항공사 역시 재무사정이 대폭 개선되고 중형 공항 세계 1위 2연패라는 기록을 낳지 못했을 것이다. 교통을 사랑하고 철도를 아끼는 한 사람으로서 우리 철도산업도 다른 산업의 사례와 같은 성공을 만들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연말이면 철도산업은 변화의 첫발을 내딛는다.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전문가들이 시간과 정성을 다해 고민해 온 수서발 KTX 회사가 출범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와 달리 수서발 KTX 회사는 철도공사와 공공자금으로만 운영되도록 하고 민간자본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시켰으며 민영화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여러 차례 천명한 바 있다. 철도 종사자의 의견과 민영화를 반대하는 여론을 적극 수용한 것이다. 어렵게 결정돼 추진되는 정책인 만큼 이제는 새 생명의 탄생을 축복하고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도록 축원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철도노조는 어떠한 변화도 민영화라고 주장하며 파업이라는 탈선을 달려가고 있다. 누구에게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있다. 오랜 세월 적자구조 속에서 비판을 받아 왔던 철도에 있어 그 두려움은 더욱 클 것이다. 더욱이 경쟁을 해야 한다는 건 큰 부담일 수 있다. 그러나 막연한 불안감으로 변화를 거부한다면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철도는 국민의 사랑이라는 동력원과 철도전문가인 기관사, 운영기관이라는 건실한 차량이 혼연일체가 돼야 안전하게 운행된다.
운영기관의 부실을 계속 방치한다면, 그래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회복할 수 없다면 철도는 긴 어둠의 터널을 건널 수 없으며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철도의 미래는 지금부터 시작돼야 한다.
철도공사와 종사자, 국민 모두가 윈윈할 수 있도록 철도의 새로운 미래에 노조도 동참해주기를 기대한다.

여형구 국토교통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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