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中企 67% 환위험관리 안해,환헤지상품 활용 대비해야”

김성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2.05 17:33

수정 2014.10.31 12:01

[특별기고] “中企 67% 환위험관리 안해,환헤지상품 활용 대비해야”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지난 6월 1160원대를 기록했던 대미달러환율은 미국 양적완화 이슈의 영향력이 떨어지면서 100원 이상 급락해 날개 없이 추락했다. 지난해 중소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5%대였음을 고려하면 환율효과만으로도 영업이익이 잠식당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중소기업의 3분의 2가량이 여전히 환위험관리를 하지 않고 있어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는 셈이다.

중소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환위험관리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2008년 키코사태 여파로 시중 환헤지 상품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고, 또 2010년 이래 수년간 연평균 환율이 1100원대에 머물면서 그 이하의 환율에서는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환율이 예상과 달리 급락하는 경우에는 수출을 하고도 기업이 위태로운 상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환위험관리는 선택이 아닌 생존전략이라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환위험관리를 하기로 결정했으면 기업 상황에 적합한 헤지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현재 시장에서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환헤지 상품으로는 은행 선물환과 무역보험공사의 환변동보험 그리고 거래소의 통화선물을 들 수 있다. 이들 상품은 모두 대칭형의 단순 손익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키코와 같이 구조가 복잡하고 레버리지가 높은 복합옵션상품은 예측하지 못한 손실을 기록할 우려가 있어 더 신중히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난 5월 무역보험공사가 517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은 환변동보험 44%, 선물환 33%, 통화선물 13.5%순으로 환위험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변동보험이 환헤지 수단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무역보험공사가 공사 신용도를 바탕으로 은행에서 받아 제공하는 선물환율이 중소기업별 자체 신용도를 바탕으로 은행에서 받는 선물환율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증거금이 없고 거래비용이 저렴하며 차액정산방식 등 이용절차가 간편해 환헤지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중소기업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헤지상품을 선택했으면 다음으로 언제 헤지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통상 중소기업은 환헤지 자체를 또 다른 이윤 확대의 기회로 인식해 환율이 높은 시점을 선택하려다 번번이 시점을 놓친다. 최근 환율이 1100원대가 무너진 이후에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추가적인 헤지를 못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반영한다.

미래 환율은 외환전문가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의 사업계획환율(또는 손익분기점환율) 이상에서는 기계적으로 일정부분 헤지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차선책으로 수시로 분할 헤지해서 연평균 환율 수준으로 환율을 고정시키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헤지의 결과가 언제나 이익으로 연결될 수만은 없다. 헤지를 하고 환율이 올라가는 경우에는 수익 면에서만 보면 헤지를 아니한 만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헤지는 회사의 이익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확보해 기업의 경영이 지속가능하도록 만든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그리고 결과에 대한 책임 공유를 위해 헤지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 경영진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필요가 있다.

'거안사위(居安思危),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한다.
' 우리 중소기업들이 환율변동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서 '추락하는 것에도 날개는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증명하면서 세계시장으로 비상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상희 무역보험공 중소중견기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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