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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빌려주고 뺨맞은 군인공제회

"이미 약속했던 합의를 위반한 당사자는 채권단인데, 왜 군인공제회가 공격을 받아야 하는지 갑갑합니다. 다시 제대로 협의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군인공제회 한 고위 간부의 읍소다. 애초 쌍용건설은 지난해 8월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에 '예가' 브랜드로 808가구의 아파트단지를 건설키로 계획하고 2010년 3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군인공제회로부터 850억원을 빌렸다. 보증은 쌍용건설이 섰다. 이 사업은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채로 지난 3월 PF 만기가 도래했다. 쌍용건설은 자금사정 악화로 PF 자금을 상환할 수 없었고 급기야 6월에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채권단은 군인공제회와 협의해 8월 말까지 400억원을 우선 지급하고 나머지는 내년 2월까지 남양주 사업장을 공매해 받기로 했다. 이자도 유예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상황이 급변했다. 채권단은 공제회에 이자 탕감과 함께 출자전환을 요구했다. 출자전환은 금융사가 기업에 빌려준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해 기업의 부채를 조정하는 것. 쌍용건설은 2012회계연도에 완전자본잠식으로 지난 2월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돼 있다.

공제회 입장에서는 황당한 요구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및 군무원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군인공제회법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주주들로 구성된 일반 금융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공익법인에 언제 회수될지 모르는 출자전환을 하라거나 이자를 탕감하라는 것은 공제회 실무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인 것. 공제회 입장에서는 어떤 방법으로든 손실을 줄이고 투자한 돈을 가능한 한 회수해야 한다. 쌍용건설 사업장에 가압류를 한 것은 부득이한 조치였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더이상의 추가 피해를 막고자 공제회를 압박하는 무리수를 둔 것으로도 보고 있다. 공제회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쌍용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가더라도 자신들의 책임은 회피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공제회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도 가능하다. 이를 해결하고자 9일 금융위원회가 중재에도 나섰지만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각각의 입장은 이해되지만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권이 애초 협의를 어겼다는 것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쌍용건설을 살려야 한다면 채권단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이 상황을 풀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yes@fnnews.com 황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