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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몰아치는 IPO시장

"최소한 최초 샀던 가격보다는 높아야 상장을 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코스닥 상장을 앞둔 한 최고경영자(CEO).

최근 공모주시장에 또다시 한파가 불어닥치자 기업공개(IPO)에 나섰던 기업들이 잇따라 상장 직전 철회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동우HST, 하나머티리얼즈, 오이솔루션 등 세 곳이 상장 '스톱'을 선언했다.

이들 기업이 상장을 중단한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바로 '적정 가격'이다.

기관투자가들의 수요예측 결과, 회사의 적정가치에 비해 공모가격이 너무 낮게 형성돼서다. 가뜩이나 증시가 침체를 겪는 상황에서 공모가격이 낮게 결정되면 상장 이후 별다른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실 올해 기업공개 시장은 나쁘지 않았다. 올 하반기 상장한 현대로템을 제외하고는 대어급이 실종되면서 전체 공모규모가 급감했지만 청약률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지난 10월 상장한 지엔씨에너지의 경우 1000대 1이 넘는 일반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상반기 아이원스, 제로투세븐, 코렌텍, 엑세스바이오 등을 비롯해 최근 엘티씨, 파수닷컴, 테스나까지 수백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곳이 허다했다. 저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시중 부동자금이 공모주 시장에 몰린 탓이다.

그렇다면 요즘 들어 흥행이 저조한 이유는 뭘까. 바로 '공모가 깎기'다.

과거 공모가격 부풀리기 등으로 상장 이후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자, 한국거래소는 점차 공모가격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상장 주관사의 명확한 실사와 책임소재를 위해 올 6월 도입한 '공모물량 3%' 의무화도 이 때문이다.

물론 적정주가를 찾는 과정은 이해가 간다. 문제는 이 과정 속에서 기업 성장성 등은 차치하고, 낮은 공모밴드 가격에만 초점이 맞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거래소 상장심사팀은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면 이에 대한 분석과 이유(?)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고 한다. 주관사들의 3% 인수 제도적 장치가 있음을 감안하면 지나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ECM 한 관계자는 "연말에는 공모주시장 수요보다 공급이 많기 때문에 공모가격이 낮아지는 케이스가 나오는 것도 있지만 공모밴드를 낮추는 거래소의 지침에 수요예측 이전부터 불만을 갖고 있는 기업들도 많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의 최종 목표이자 꿈은 상장이라고들 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충분히 검증되고, 자신이 있을 때 증시입성을 도전해야 하겠지만 그에 걸맞게 제대로 된 평가를 해줄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기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