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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하이 리스크 월드 대책 필요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2.18 17:17

수정 2014.10.31 09:31

[fn논단] 하이 리스크 월드 대책 필요

새해를 앞두고 한반도 주변의 안보여건이 불안해지고 있다.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 간의 갈등, 중국의 과감한 방공식별구역 선포, 북한의 불안한 정변 등 만만치 않은 일들이 터지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미래 리스크는 국방과 관련한 리스크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내년도는 올해보다 경제사정이 조금 나아진다고는 하지만 성장률 하락세는 멈추지 않아 고도성장에 익숙한 우리는 저성장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수출로 사는 나라는 세계경제가 순항해야 안심할 수 있는데 글로벌 리스크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가 여전히 진행형인 가운데 미국의 달러화 양적완화가 작년 이맘때는 불안의 요인이었는데 막상 양적완화를 축소한다 하니 또 세계 경제가 출렁이는 정말 예측 불가능한 경제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유가가 다소 안정돼 다행이지만 에너지 위기가 언제 어떤 형태로 재발될지는 알 수 없고 각종 자원도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무기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상한파, 이상고온 등 극에서 극으로 치닫는 날씨 변화는 지구온난화가 가져오고 있는 또 하나의 리스크다. 세계 각지에서 나타나는 물 부족이나 식량안보와 관련된 걱정도 남의 일이 아니다.

1980년대 말 분출했던 노사갈등 이상의 극단적인 계층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에서 불평등한 배분 상태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 내년에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쌀 관세화 협상 등으로 시장개방에 따른 갈등도 폭발할 것으로 보이고 민영화 등 경제개혁에 따른 갈등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저출산과 빠른 고령화 현상으로 요약되는 인구변화 리스크는 우리의 경제적 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국가안보, 저성장, 에너지, 자원, 식량, 기후변화, 계층갈등, 인구변화 등과 같이 국가 존망을 좌우할 수 있는 8대 리스크로 미래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 국가는 이러한 리스크를 극복한 대비책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시된다. 적어도 8대 리스크와 같이 국가 안전와 관련된 리스크에 대해서는 아무리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유비무환의 국가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미래에 대한 대비가 어려운 이유는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현재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재원과 예산도 부족한 현실에서 막연하게만 보이는 미래의 리스크에 비용을 투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보험료가 아깝게 느껴지듯이 발생확률을 계산하기 힘든 미래 리스크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안보위기 등 8대 리스크는 치명적인 리스크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명적인 리스크는 자주 발생하지는 않지만 한번 발생하면 국가존망과 국민생명이 직결되는 리스크를 말한다. 안전 불감증의 우리 국민성으로 볼 때 이러한 리스크를 무시하는 것은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 우리도 되는대로 무개념으로 살기에는 너무 중요한 나라, 소중한 국민이 됐다.

현재의 강대국이 달리 강대국이 아니다.
미국·중국뿐만 아니라 영국·프랑스·독일 등 강대국들은 8대 리스크에 대해 국가별로 철저한 대책을 세우고 관리하고 있다. 우리는 최근 50년간 급속한 성장과정을 거치면서 고난과 어려움도 있었지만 무난하게 극복해 오는 과정에서 자신감에 차 있지만 미래에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이 크다.
인류의 긴 역사를 되돌아 보면 세계는 예상하지 못한 위험에 봉착했고 이에 미리 대비한 국가와 민족만이 살아남았다는 역사적 진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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