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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국가경쟁력 높이는 무형자산 ‘물류 표준화’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2.19 16:32

수정 2014.10.31 09:17

[여의나루] 국가경쟁력 높이는 무형자산 ‘물류 표준화’

제3의 이윤의 원천으로 나아가 경제 흐름의 총체적 과정으로서 물류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비용과 시간 절약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물류 표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표준이라고 하면 완성된 기술이나 제품을 상용화하고 효율적으로 보급하기 위해 개발되는 경우가 많지만 물류의 경우 표준이 기술과 같이 개발되거나 표준이 기술개발을 선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류표준이 최근 들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는 급증하는 물동량으로 물류효율 증대와 물류비 절감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거 팩스나 문서로 처리해왔던 항공화물 정보를 전자문서로 표준화해 42개국 109개 공항에 접목시켜 매년 49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대형 유통기업들은 과일과 채소 전용 용기를 표준화해 유통과정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연간 수십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물류의 표준화 논의는 국제표준화기구(ISO)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2020년까지 국제표준에 일치시키겠다는 국제적 기본합의에 따라 물류시장에서 표준의 선점이 중요 정책과제가 되고 있다.
실제 미국 교통부는 안전, 적체감소, 국제연계성, 상호신뢰성을 물류의 키워드로 규정하고 발빠르게 관련 표준, 법규 등을 재구성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물류표준화 대상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 소재나 장치, 시험 위주의 표준이 다수 제정됐다면 이제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됨에 따라 산업과 전문분야를 넘나드는 융합 표준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면 글로벌 아웃소싱 증가, 수출입 컨테이너 보안 강화와 함께 테러, 도난 및 도용 등에 대비한 공급사슬의 안전이 중요시됨에 따라 2007년 ISO 28000 시리즈 국제표준화가 제정됐다. 에너지비용 절감을 위한 친환경수송, 식품, 의약품이나 위험물의 안전한 공급망 구축, 지능형수송시스템 기술 등에 대한 표준화도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해상용 화물 컨테이너에 무선인식기술을 도입한 전자보안장치와 컨테이너 물류정보 및 이동을 추적하기 위한 표준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한국도 ISO TC122(포장)를 제안해 순환물류시스템 표준화를 선도하고 있다. 순환물류시스템은 지금까지 물류가 순방향, 역방향의 일방통행이었다면 무선자동인식장치(RFID)·센서 기술 등 데이터 교환 모듈을 탑재한 지능형 물류용기(팰릿, 플라스틱 상자 등)를 통해 상품의 이력 추적, 품질지표, 물류 정보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는 친환경 첨단 물류시스템이다.

정부는 2001년 발표한 '국가물류기본계획(2001~2020)'을 기반으로 물류표준화 추진계획을 수립해 2012년까지 물류표준화 로드맵 개발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국가물류비를 1조원 절감하는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물류 표준화는 단기지계(斷機之戒)와 같이 일회성 사업으로는 효과가 없고 정부와 업계가 꾸준하게 추진해 나가야 효과를 낼 수 있는 장기적 과제다.

마침 2011년부터 기술표준원이 물류분야 표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별도의 국가표준 코디네이터를 임명해 물류표준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표준은 물류의 처음과 끝을 연결하는 중요한 다리이고 국가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무형자산이다. 곧고 튼튼한 다리가 있어야 경제가 견실해지며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이제 첨단 ICT 융합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표준화로 지구촌 물류 시장을 선도하는 데 대한민국이 우뚝 서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김성진 전 한경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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