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곽인찬 칼럼] 멋대로 고른 10대 인물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2.19 16:34

수정 2014.10.31 09:17

[곽인찬 칼럼] 멋대로 고른 10대 인물

2013년도 끝물이다. 순전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올해의 10대 인물·동물을 꼽아보자.

#마하트마 만델라=간디 앞에는 꼭 마하트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인도 산스크리트어로 위대한 영혼이란 뜻이다. 95세를 일기로 사망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는 마하트마 만델라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간디와 마틴 루서 킹에 이어 이번엔 만델라가 비폭력과 평화의 표상이 됐다.

#나카모토 사토시=정체불명의 비트코인 개발자. 이름은 일본식이지만 국적은 모른다.
온라인 전용 비트코인이 화폐가 아니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지만 시장이 쓰기 시작하면 통화당국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수백년 전 지폐가 나왔을 때도 "종잇조각이 무슨 돈이냐"는 반발이 심했다.

#모피아=옛 재무부(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의 합성어. 지금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고위간부를 통칭한다. 금융권에 투하할 관치 낙하산의 총본산이다. 한국에서 가장 질긴 기득권 집단이다. 유일한 라이벌은 정치권 낙하산. 그러나 정치권은 비금융권, 모피아는 금융권으로 요령껏 교통정리가 돼 있다.

#장성택=처조카한테 당한 비운의 고모부. 백두혈통 김일성의 사위, 김정일의 매제로 호가호위했지만 어린 조카한테 당할 줄이야. 마키아벨리는 말한다. "현명한 군주는 신민들의 결속과 충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잔인하다는 비난을 걱정해서는 안 된다." 김정은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탐독한 것 같다.

#현재현=동양그룹 회장. 사기성 기업어음(CP)을 판매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비슷한 처지의 LIG그룹 구자원 회장은 핵심 계열사를 팔아 CP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데 쓰겠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머리를 숙였지만 구제책은 감감소식이다. 처 이혜경 부회장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직후에 찾아간 현금과 결혼패물을 어떻게 쓸지 궁금하다.

#프란치스코=제266대 교황. 청빈의 삶을 살다간 13세기 프란치스코 성인의 21세기형 아바타다. 예수와 마찬가지로 가난하고 버려진 이들의 벗을 자처한다. 위선의 가면을 쓴 현대판 바리사이들은 강적을 만났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지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올해의 인물로 뽑았다. 금융위기로 지친 인류에게 프란치스코를 파견한 데서 창조주의 섭리를 감지한다.

#아베=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일본 총리. 잇단 우경화 발언과 엔저 정책으로 이웃나라의 속을 긁었다. 그는 미국에 바싹 붙어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미·일 동맹과 중국 사이에 한국이 끼였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는 만날 수도, 안 만날 수도 없는 골치 아픈 존재다.

#옥토끼=중국의 달 탐사차. 위투(玉兎)라 읽는다. 달 탐사위성 창어(嫦娥) 3호에 실려 착륙에 성공했다. 창어는 중국신화에서 불사약을 훔쳐 달로 도주한 인물로 묘사된다. 떡방아 찧는 옥토끼는 지극히 동양적이다. 44년 전 닐 암스트롱은 아폴로11호를 타고 달에 첫발을 디뎠다. 아폴로는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신이다. 미·중 우주 경쟁은 신화 대결로 번졌다.

#주현우=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돌풍을 일으켰다. 내용은 거칠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응답했다. 그의 대자보는 '박근혜 키즈'인 이준석·손수조의 새누리당 비판과 겹친다. 밑바탕엔 대선 승리 뒤 정부·여당이 청년층을 토사구팽했다는 울분이 배어 있다. 구직난에 허덕이는, 안녕하지 못한 젊은이들은 한국 사회의 시한폭탄이다.


#성나정=케이블방송 tvN의 주말드라마 '응답하라 1994'(응사)의 극중 여자 주인공. 20년 전 사투리가 난무하는 청춘남녀들의 알콩달콩 사랑이야기가 쫄깃하다. 나정이가 과연 의사오빠(쓰레기)와 잘나가는 야구선수(칠봉) 중에서 누구랑 결혼할지 수많은 시청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올해 메이저리그의 류현진과 '응사'가 없었다면 답답한 2013년을 어떻게 견뎠을까 싶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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