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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용서와 화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05 15:33

수정 2014.08.05 15:33

며칠 전 용서와 화해를 몸으로 실천하고 평화를 사랑했던 인류의 스승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추모식이 있었다.

그가 이뤄낸 업적은 그저 몇 자의 글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깊이가 있으며 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 또한 헬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용서와 화해 이 두 마디보다 더 그를 존경하고 그의 업적을 평가할 수 있는 표현은 없을 것이다.

그의 추모식장에서 수십년간 아니 지금까지도 적대적 관계인 미국과 쿠바의 대통령이 처음으로 악수를 나누는 장면은 만델라라는 거인이 주는 무언의 메시지를 듣는 것 같다. 그가 평생을 바쳐 이루어 내고자 하던 용서와 화해, 평화와 인권이 그의 죽음에서 승화된 듯 느껴진다.

"친구를 가까이 두어라. 그러나 너의 적은 더 가까이 두어라." 이 말은 넬슨 만델라의 용서와 화해를 함축하는 명언이다.
그는 적대적이었던 남아공 백인-그들은 아프리카너(Afrikaner)라고 부른다-의 배타적인 언어를 배웠다. 배울 당시에는 동족들로부터 의심과 모함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들의 언어를 통해 아프리카너들이 갖고 있는 시각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들을 성공적으로 설득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와 다름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소통과 화합의 출발인 것을 깨닫게 한다. 그러나 요즘 우리는 나와 다름을 틀리다고 말하길 서슴지 않는다. 나와 다르다는 것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닐진대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나와 다름에 대해 격렬한 비판과 적대적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낼 뿐만 아니라, 사생결단을 내려고 한다. 과연 무엇을 위해서, 무엇을 얻고자 그러한 격렬한 감정과 극단적 행동을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봤으면 한다.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예를 하나 더 소개하고자 한다. 남아프리카 잠비아의 작은 부족인 바벰바족에게는 아주 색다른 심판의식이 있다고 한다.

부족 중 한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마을 사람들은 그를 마을 한복판에 세우고 온 마을 사람이 그를 둘러싸 큰 원을 그리며 둘러선다. 그리고 나서 한 사람씩 죄지은 사람에 대해 과거에 잘했던 일, 그 사람의 장점 등 칭찬을 하나하나 얘기한다. 어린이까지 참여해 장난이나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죄인을 칭찬한다. 칭찬이 바닥날 때까지 몇 날 며칠을 이어간다고 한다.

칭찬이 끝날 즈음 죄지은 사람은 흐느끼기 시작하고 마을사람들은 서로 껴안고 위로하며 용서하는 것으로 의식을 끝내고 마을 축제를 연다고 한다. 이러한 의식을 치르고 난 다음에는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게 된다고 한다. 그 부족에게는 범죄행위가 매우 드문 일이라 한다. 보수와 진보, 대립각, 왕따 등 요즘 우리는 나와 다름을 구분하기에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상대를 이해하고 인정하기보다는 이기려고 안간힘을 쓴다. 자기는 이겼다 생각하지만 과연 진정한 승자인지, 영원한 승리인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우리가 서로 손을 맞잡으면 오른손을 들든 왼손을 들든 똑같이 양손을 들게 된다. 바로 똑같은 하나가 될 수 있음이다. 나와 다름에 손을 내밀어 보길 권하고 싶다.


만델라의 수많은 어록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눈에 보이고 의사가 고칠 수 있는 상처보다 보이지 않는 상처가 훨씬 더 아픕니다.
남에게 모멸감을 주는 것은 쓸데없이 잔인한 운명으로 고통받게 만드는 것이라는 걸 나는 알았습니다."

정의동 전 예탁결제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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