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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유로존 낙관하기엔 이르다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01 16:50

수정 2014.10.30 18:34

[fn논단] 유로존 낙관하기엔 이르다

2010년 5월 그리스의 구제금융에서 시작된 유로존 위기가 이제 5년째에 접어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2014년) 유로존이 4년간의 경기침체를 벗어나 1% 안팎의 경제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욱했던 안개가 잦아들면서 유로존 경제 날씨가 좀 갠다는 예상이다. 그러나 아직 유로존 경제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 여부, 유럽의회의 선거 결과 등이 올해 유로존 경제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요소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탓(eurostat)은 오는 4월 28개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규모 등 주요 경제통계를 발표한다.
해마다 공표되는 자료지만 그리스와 포르투갈 등 구제금융을 받은 회원국들의 개혁 성과를 분석할 수 있기에 이번 통계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리스는 1·2차 구제금융을 합할 경우 GDP보다 더 많은 지원을 받았지만 현재 GDP 대비 국가채무는 170%를 넘는다. IMF는 그리스 부채를 추가로 탕감해줘야 한다고 본다. 이제까지 유로존 회원국들은 그리스 부채의 만기를 연장해주거나 금리를 인하해줬다. 2012년 3월 2차 구제금융은 그리스에 투자한 금융기관들이 부채의 약 절반을 탕감해주었다. 3차는 당연히 회원국들이 부채를 탕감해줘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유로존 경제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경제위기 해결을 주도해 온 독일은 3차 구제금융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에 기민당·기사당·사회민주당의 대연정이 독일에서 구성됐지만 이들 모두 긴축정책을 여전히 우선순위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그리스 3차 구제금융 문제가 대두할 경우 그 처리는 더뎌질 것이다. 이전처럼 불안은 확산되고 이는 세계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경기침체 와중에 프랑스와 네덜란드, 그리스 등 몇몇 EU 회원국에서 통합에 반대하며 반이민정책을 내세우는 극우정당 지지율이 크게 올랐다. 오는 5월 22일부터 4일간 EU 회원국 시민이 직접 뽑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이 교섭단체(정식 명칭은 정치그룹, 각 회원국 정당들이 이념적 성향에 따라 초국적인 정치그룹을 결성)를 구성한다면 이는 유로존 위기 해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유로존 위기 극복방안으로 도입 중인 은행동맹 관련 법안은 입법기관인 유럽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극우정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한다면(최소 7개 회원국에 의원 25명이 필요) 이들은 이런 법안에 반대하며 의사진행을 저지하려 할 것이다. 비록 극우정당이 관련 법안을 저지할 수는 없어도 계속 반대하며 이런 여론을 확산한다면 의회 내 다른 정당이나 회원국 정부들도 이를 무시할 수 없다. 4월의 그리스 부채 규모 발표와 바로 다음 달의 유럽의회 선거 등이 연이어 있다. 여기에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며 통합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 위원장과 27명의 위원도 하반기에 새로 선출된다.

현재의 유로존 위기처럼 정치경제적 위기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을 때는 무엇보다도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 회원국과 집행위원회 같은 기구의 리더십이 매우 필요하다.
그러나 위에서 지적한 이유 때문에 특히 올해엔 적극적인 리더십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GDP의 80%가량을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는 이런 대외변수에 아무리 많이 대비해도 지나침이 없다.
유로존과 다른 세계경제의 불안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안병억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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