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정보통신업계 운명의 해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05 17:10

수정 2014.10.30 18:09

[특별기고] 정보통신업계 운명의 해

요즘 개인적으로 정보통신기술(ICT) 발달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손녀가 태어나고부터는 가끔 전화를 주고받던 미국의 아들네와 카카오톡을 이용해 대화도 하고 동영상까지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그 뿐 아니다. 페이스북으로 친구를 찾기도 하며,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엄청난 크기의 컴퓨터 저장공간을 이용하고 소프트웨어(SW)까지 빌려 사용하는 세상이 됐다. 불과 50여년 전 전화교환수를 통해 상대방과 연결하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이렇듯 ICT의 발달은 우리의 생활 패턴을 바꿔놓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ICT 분야엔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통신망이 등장한다. 이들의 효율적인 활용과 공정한 배분을 위해서는 이를 공급하는 공급자와 이들을 이용하는 사용자 사이에 표준화된 약속이 필요하다.

국가에 헌법이 있고 국가 간에는 국제법이 있듯이 정보통신이 만들어내는 산업 공간, 더 넓게는 사이버 공간에서 거래하고 이용하는 규율이 있어야 한다. 이를 만드는 일을 주도하는 곳이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다.

ITU는 국제 전기통신규칙의 제.개정, 국제 협력 및 국가 간 이해 조정, 개발도상국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전기통신 분야의 최고 국제기구다. 한국은 1952년에 가입해 ITU의 지원을 받았으나, 현재는 눈부신 ICT의 발전에 힘입어 ITU의 주요 이사국으로 성장했다.

2014년은 한국 정보통신업계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 같다. 전 세계 193개 ITU 회원국의 장관급 대표단과 750여개 민간기관 대표가 참석해 4년마다 개최되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전권회의가 부산에서 개최된다. 1865년 ITU 전권회의가 시작한 이래 19차 회의다.

20년 전 일본에서 개최된 이후 아·태지역에서 두 번째 회의가 한국에서 열리게 돼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케 한다. 개최국인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정책 제안 및 결정을 주도하는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전권회의는 글로벌 정보통신의 새로운 표준이 만들어지고, 미래의 ICT 방향이 결정되는 중요한 회의이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ICT가 만들어내는 신세계의 질서를 만드는 장이다. 우리나라가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과정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한국 정보통신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다.

기업에는 시대를 선도하는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수많은 기술 중에서 세계 기술표준으로의 채택 여부는 시장에서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다. 우리 ICT 산업의 해외 진출 및 기술 선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우리 기업이 세계로 성장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본다. ITU 전권회의와 함께 개최되는 'ICT 엑스포'는 한국의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세계에 선보이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최고의 기업을 가진 ICT 선도국가로 이미지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제 ITU 전권회의가 1년도 채 안 남았다.
우리나라가 이 대회를 잘 준비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해 앞으로 무한히 확장될 사이버 시대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길 바란다. 비록 한국이 산업화를 늦게 시작해 선진국의 발자취를 쫓아왔지만 미래 정보화지식 시대에는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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