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금융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05 17:23

수정 2014.10.30 18:09

[특별기고] 금융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

2014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경제성장률이 4%에 달하면서 작년보다는 상당 부분 온기가 느껴지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경기회복이 예상대로 이루어지려면 많은 요소가 필요하다. 이 중에서도 금융산업 상황의 호전과 회복이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 경제 내에서 은행 증권 보험 등 대부분의 금융 분야가 힘든 투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대부분 금융기관의 수익이 급감하면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이 와중에 금융기관의 고유기능 부진에 대한 걱정스런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실 최근 일부에서 '금융기관이 돈을 벌어서 뭐하냐'는 식의 극단적 비판론도 제기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하지만 이는 단견이다. 금융기관의 수익성은 실물경제를 위해서라도 매우 중요하다. 은행의 경우 부실을 잘 떨어내기 위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2009년부터 2013년 6월까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가운데 손실로 처리한 대손상각액은 7조9154억원이었는데 이는 가계대출 연체액 4조200억원의 거의 두 배에 달히는 규모였다. 2012년의 경우 2조1160억원을 상각처리했고, 2013년 상반기는 1조2035억원을 처리했다.

이를 보는 시각은 다양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일부 경제 주체가 돈을 빌린 후 이를 갚지 못해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은행이 이익의 일부를 사용해 이를 상각함으로써 부실의 여파가 전 경제로 퍼져가는 것을 차단한다는 점이다. 만일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부실처리를 제대로 못하면 이는 심각한 재앙이다. 은행들은 정상적인 대출까지 상환하려 들 것이고 갑자기 대출상환을 요구받은 차주들이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부채상환을 시도할 경우 매물 증가로 인한 충격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마비되면서 경제에 커다란 주름살이 드리울 수 있다.

은행의 수익성이 줄면서 대출집행이 소극적이거나 기존대출 회수에 나서면 돈이 잘 돌지 않게 되고 실물경제에 부작용이 발생한다. 더구나 바젤Ⅲ 조치가 시행되면서 은행의 자기자본 요구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은행의 수익성에 대한 부정적 견해는 결국 부메랑이 돼 실물경제를 덮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자본시장의 역할과 증권사의 수익성 제고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자본시장은 투자자가 위험을 감내하면서 증권을 매입하게 되므로 은행에 비해서 부담이 다소 적기는 하다. 그러나 자금이 필요한 회사들이 주식이나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시장이 잘 형성되도록 하는 시장조성의 역할을 증권사들이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권사들의 건전성과 수익성은 매우 중요하다.

비록 금융 분야에서 위기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로 위기가 확산됐지만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세계 경제는 서서히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2014년 경제성장률이 2.6%가 넘으면서 오랜만에 회복세가 예상되고 금융위기의 그림자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는 점도 감안돼야 한다.


금융기관의 적정이익 확보를 통한 수익성과 건전성의 제고는 경제 전체에 있어서 일종의 방어막 내지는 댐 같은 역할을 한다. 가뭄이나 홍수 때 댐이 작동하면서 재난을 막을 수 있듯이 예금·대출을 통해 자금이 흐르는 간접금융시장과 증권의 매수.발행을 통해 돈이 도는 직접 금융시장이 모두 건전하게 유지돼야 경제가 유지되고 회복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얼마 전 정부는 '10-10-밸류업'으로 명명된 금융산업경쟁력강화방안을 내놓았다.
이러한 정책 패키지를 포함, 다양한 방안이 실행됨으로써 새해에는 실물경제와 금융 모두 제자리를 찾으면서 크게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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