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국민소득 3만달러 유감

임정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07 16:57

수정 2014.10.30 17:49

[데스크칼럼] 국민소득 3만달러 유감

'2016년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에서 약속한 내용이다. 3만달러를 넘어 4만달러로 가는 기반도 임기 내 마련하겠다고 했다. 솔직히 3만달러 시대가 빨리 오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우리 국민 모두 같은 심정일 것이다.

그런데 동시에 꺼림칙한 마음이 드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정부가 뭘 믿고 3만달러를 자신하는 걸까. 2016년이면 불과 2년 뒤다.
만 3년이 남았다고 쳐도 정부가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이다. 이런 사정은 데이터를 보면 분명해진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3837달러(추정치). 2011년 2만2451달러, 2012년 2만2708달러에 이어 조금 상승한 수준이다. 그런데 지난해 국민소득 증가분 중 상당부분은 원화 강세에 힘입은 바 크다. 2012년 말 원·달러 환율은 1070.60원이고 2013년 말 환율은 1055.40원이다. 원화가치가 1.4%나 절상된 것. 환율효과를 제외한 국민소득 증가분은 800달러에 불과하다.

이런 처지에 남은 3년간 국민소득을 최소한 6000달러 이상 늘린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지난 수년간의 성장률을 보면 2011년 3.7%, 2012년 2.0%, 2013년(추정치) 2.8%다. 정부는 올해 3.9%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만만치 않다. 사실 국민소득 3만달러는 앞으로 매년 4%씩 성장해도 달성하기 버거운 수치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가 3만달러 시대를 공언하는 데는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성장으로 달성하지 못하는 부분을 원화강세로 메우려는 의도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산업계는 벌써 환율전망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우리 경제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 대표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곤두박질친 것은 삼성전자의 실적 둔화도 한몫했지만 올해 원화강세 전망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050~1060원대를 오가고 있지만 많은 이들은 1000원 선이 과연 버팀목이 돼줄 것인지를 놓고 걱정하는 형편이다. 이미 지난 1년간 보여준 정부의 정책기조가 그랬다. 지난해 원화는 연중 고점 기준으로 달러 대비 7% 이상 절상됐고 엔화 대비로는 19%가량 절상됐다.

환율 정책에 대해선 이명박정부의 정책이 우리에게 시사한 바가 크다. MB정부는 집권하자마자 금융위기가 터지는 등 정권 내내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지속됐지만 무난히 헤쳐나왔다. 원화약세 기조를 충실하게 유지했고 산업계는 이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마케팅 전략을 펼 수 있었다. 집권이 끝나고서도 MB정부 인사들은 "주변국들이 환율을 조작했다고 할까봐 '원화약세 기조 유지로 금융위기 극복과 경제성장을 이끌었다'는 공을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해 답답하다"는 말을 하곤 했다. 그만큼 환율은 여전히 우리 경제의 향방을 좌우하는 키 포인트다. 이는 이웃 일본을 봐도 명명백백하다. 아베 정권이 과감하게 통화완화 및 엔저 정책을 취하면서 일본 경제는 새로운 부흥 기회를 맞고 있다.

재계는 올해 초 일제히 비상을 선포했다. '낡은 것들은 다 버리자' '긴장해서 혁신하자'는 말이 쏟아졌다.
그런데 정작 정부는 아직 낡은 틀을 벗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마침 박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세워 경제회복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태다.
박 대통령이 '3만달러 시대 개막'을 외칠 게 아니라 '우리 경제가 3만달러, 4만달러 시대를 열 수 있도록 경제 시스템을 탄탄하게 다지는 데 모든 걸 쏟겠다'고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lim648@fnnews.com 산업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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