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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한류, 창조산업으로 거듭나야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09 16:57

수정 2014.10.30 17:25

[여의나루] 한류, 창조산업으로 거듭나야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그리고 한국. 이 다섯 나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은 이들 나라를 '상품과 문화를 동시에 수출해본 5개국'으로 묶어 표현한 바 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는 호칭에 걸맞지 않게 문화서비스 분야에서 20~30위권에 머물던 우리나라의 과거를 생각해 보면 사뭇 달라진 위상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 문화콘텐츠 산업은 최근 크게 성장하고 있다. 2013년 매출은 전년 대비 4.9% 증가한 90조원이 넘었고 수출은 10.6% 증가한 51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리고 문화분야의 무역수지가 최초로 2년째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 결과 문화서비스 교역 순위는 기존 20~30위권에서 10위권으로 껑충 뛰었다.


문화콘텐츠 산업의 특징과 매력은 전통산업인 제조업에 비해 시설비·재료비·물류비 등의 부담이 작고 생산물의 부가가치가 대단히 높아 유·무형의 다양한 경제효과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지난 10여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한국수출입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 문화상품 100달러 수출 증가 시 소비재 수출은 평균 412달러 증가해 4배가 넘는 경제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문화콘텐츠가 새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을 이끌 선도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가시적 성과나 분야에 대한 모호함 때문에 창조경제가 과연 무엇인지 대중은 매우 혼란해하고 있다. 창조경제는 일종의 전략적인 용어다. 그러므로 이를 창조산업과 연결시켜 비즈니스 모델로 내놓아야 한다.

창조산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나라가 영국이다. 영국은 1997년 토니 블레어 총리 집권 시절, 창조산업을 '개인의 창의성(기술·재능)을 기반으로 부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13개 산업(출판·음악·미술·골동품·영화/비디오·라디오/텔레비전·공연·광고·양방향 오락 소프트웨어·소프트웨어 및 컴퓨터 서비스·디자인·패션·건축)'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이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와 육성을 통해 2012년 현재 창조산업이 영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4%로 이제 3%를 갓 넘긴 한국과는 큰 차이가 있다.

최근 들어 문화콘텐츠를 통해 한국이 거뒀던 성과의 중심에는 '한류'가 있다. 한류는 드라마 같은 영상 콘텐츠로 시작해 온라인게임, K-팝(pop)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류 콘텐츠의 성장은 초기에 과연 오래도록 성장이 가능할까라는 우려 속에서 지난 15년간 크게 성장해 왔다.

그러나 한류를 통한 창조경제의 실현을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몇 가지 과제가 놓여 있다. 첫째는 한류를 다양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화해 산업화하고 이를 창조경제를 이끄는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바람의 한류가 아닌 창조산업으로서의 한류가 지속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둘째, 한류라는 무형자산을 정신적인 가치와 결부시켜야 한다. 한류를 영문으로 '코리안 웨이브(Korean Wave)'로 표기하는데 이는 하나의 '흐름', 즉 유행이 지나면 연기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잠깐 반짝이다 사라지는 존재에서 벗어나 세계인들이 오래도록 마음속 깊이 간직하는 문화로 자리매김하려면 우리 전통문화 속에 내재된 고유의 가치를 발굴해 정교한 설계를 통해 대중문화와 결합한 일종의 품격(品格)을 창출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류가 지속성장 가능한 창조경제의 리더가 될 수 있다.

셋째, 드라마·K팝 등에 한정돼 있는 한류의 폭을 다양하게 넓힐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디자인·스포츠·건축·패션·공연·전통문화 등으로 적극 확대해야 한다. 영국의 창조산업 분야가 13개인 점을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


한류의 산업화는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문화 입국'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임을 기억해야 한다.

서병문 단국대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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