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공정위의 삼성-애플件 결정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09 17:03

수정 2014.10.30 17:25

[특별기고] 공정위의 삼성-애플件 결정

삼성전자가 애플에 대해 자사가 보유한 이동통신 관련 표준필수특허(SEP:Standard Essential Patent) 침해를 이유로 제품판매 금지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한 공정위의 결정이 임박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주로 특허침해소송 과정에서 이들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는 특허의 유효성과 상대방 제품의 특허침해 여부가 다투어졌다면 최근에는 특허권자가 자신의 특허가 표준필수특허로 채택되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특허를 실시하고자 하는 모든 사업자에게 소위 'FRAND 조건', 즉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실시 허락을 하겠다고 확약하고 정작 자신의 특허가 표준으로 채택된 이후에 자신이 요구한 실시료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쟁제품의 판매금지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경쟁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닌지가 다투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작년 7월 자국 기업인 구글이 FRAND 확약을 한 표준필수특허에 근거해 경쟁자에 대해 금지명령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과도한 실시료를 요구하는 것이 독점금지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결국 라이선스를 부여받을 의사가 있는 실시권자를 상대로 금지명령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동의명령(consent order)을 내렸고 유럽연합 집행위 역시 작년 5월 모토로라가 FRAND 확약을 한 표준필수특허를 근거로 애플 등을 상대로 금지명령을 청구하고 라이선스를 거절한 행위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해당한다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심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과 애플 간 분쟁에 관한 공정위의 결정은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나라 경쟁법 집행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첫째, 소위 '국가대표기업(national champion)'과 다국적 기업과의 분쟁에서도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게 엄정하고 공평무사한 경쟁법 집행을 할 수 있는지 여부다. 실제로 많은 후발 경쟁법제의 경우 자국기업과 외국기업 간 제기된 경쟁법 사건에서 공정한 법집행에 실패함으로써 경쟁법 집행에 대한 국제적 신뢰성을 상실하고 통상정책이나 산업정책에 종속됐다는 비판을 초래한 바 있다.
둘째, 최근 경쟁법 선진국에서조차도 치열하게 다투어지고 있는 지식재산권과 경쟁법의 상호관계에 관해 국제적으로 제시할 만한 이론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충분한 근거에 입각한 세련된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여부다.
셋째, 2007년 말 POSCO 사건에서 대법원은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가 성립되기 위한 요건으로 국제적 기준에 비춰 지나치게 엄격한 수준의 입증을 요구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고 그 여파로 근래 이에 대한 공정위의 법집행이 극도로 위축됐는데 공정위가 이 사건을 계기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적극적 법집행 의지를 표출할 수 있는지 여부다. 실제로 2011년 이래 공정위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 인정한 사례는 단 한 건에 불과해 법 집행 의지마저 의심스러운 상황인데 대부분의 주요한 시장이 고도로 독과점화된 우리나라 현실에서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다.
이 사건의 결정을 계기로 1981년 시행된 이래 34년째를 맞는 우리나라 공정거래법 집행이 아시아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멋진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한다.

이호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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