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한국자본시장 혁신 필요

김승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09 17:03

수정 2014.10.30 17:25

[데스크칼럼] 한국자본시장 혁신 필요

#. '혁신 이론'의 창시자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성공기업의 딜레마'란 책에서 '존속성 기술'과 '와해성 기술'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존속성 기술은 주요 고객들이 평가하고 기대하는 수준에 따라 기존 제품의 성능을 개선하는 것이다. 와해성 기술은 기존 산업을 와해시킬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급진적 기술 혁신을 뜻한다.

그럼 대표적인 와해성 기술은 무엇일까. 비디오테이프를 사라지게 한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 컬러필름의 대명사이던 코닥을 퇴장시킨 디지털카메라, '삐삐'로 대변되는 무선호출기를 퇴출시킨 휴대폰 등이 꼽힌다.

이처럼 세상을 변화시킨 와해성 기술엔 항상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1883~1950)는 "경제는 옛것을 버리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진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기업가 정신을 '시장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혁신자 정신'이라 지칭했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변화를 탐구하고, 변화에 대응하며, 변화를 기회로 이용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결국 어느 시대건 '도전' '모험' '혁신' '창조'를 빼고는 기업가 정신을 설명할 수 없다.

#. 지금 세계 각국은 다시 금융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런던은 위안화와 이슬람권 등으로 무장해 신흥자본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상하이를 아시아 금융허브로 육성한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럼 한국은 어떤가. 혁신적인 시장 개척보다는 단순한 자금 중개 중심의 출혈경쟁으로 현상을 유지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 아니 뒷걸음치면서 사상 최악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실제 지난해 7~9월 금융투자 업계는 영업이익(마이너스 44.2%)과 당기순이익(-85.6%)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 62개 증권사 중 약 40%인 24개사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 등 수십개 외국 금융사들은 한국에서 철수했다, 10년 전 금융 허브의 꿈을 키운 한국 금융산업의 현주소다.

#. 지난해 12월 27일 금융위원회는 증권업과 자산운용업에 대한 육성 의지가 담긴 '금융비전 10-10 밸류업'을 발표했다. 당근책을 내놓은 셈이다. 시장도 일단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추가적인 규제완화 요구 등의 볼멘소리도 있다. 그 중심엔 인수합병(M&A) 촉진과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기준완화에 대한 실효성 의문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국내 증권사에 NCR를 최소 150% 이상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은행의 건전성 관련 기준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에 비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또 증권사 간 M&A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제혜택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받쳐주지 않아서다.

시장의 이 같은 지적은 맞다. 하지만 지금은 금융당국 탓만 할 때가 아니다. 증권업계의 자기 반성이 필요한 시기이다. 증권사도 현 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전년 대비 16.7% 줄었다. 거래량은 32.7% 감소했다. 증시자금도 지속적으로 빠져나갔다. 이 와중에도 증권사들은 비슷한 조직을 갖추고 차별성 없는 상품에만 매달렸다.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들어오게 하기 위한 창의적인 재테크 상품은 뒷전으로 밀어놨다. 인력 감축을 통한 단기적 수익성 개선에만 급급했다.
그래서 한국 자본시장은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된 혁신이 필요하다.

sejkim@fnnews.com 김승중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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