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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새 거래시스템만 믿는다?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17 16:50

수정 2014.10.29 17:07

[기자수첩] 새 거래시스템만 믿는다?

지난 14일 오전 한때 국채 3년물 장내시장이 2시간가량 거래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규연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긴급 브리핑을 하고 "시장참여자의 단순한 주문실수로 국채 3년물 시장이 일시적으로 거래정지됐다"며 "국채 3년물은 기관전용시장이기 때문에 개인 피해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전체 국채 시장에서의 비중도 미미하고 거래소 시스템 자체의 결함이나 외부로부터의 해킹과도 전혀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신용카드사의 개인정보유출로 온나라가 어수선한 때 자칫 작은 불씨 하나가 시장 전체로 퍼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동시에 본인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키는 과정이었다.

이 상무는 또 "거래시스템이 노후화돼 벌어진 일인 것 같다.
곧 엑스추어플러스(EXTURE+)가 가동되면 이러한 문제는 다시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상무의 마지막 발언은 경솔했다. 시스템 결함이 아니라고 얘기한 지 채 몇분도 안 돼 원인을 시스템 노후화 탓으로 돌린 것이다. '결함'과 '노후화'는 분명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거래소가 '시스템의 문제'를 스스로 인정한 꼴이어서 앞뒤가 안 맞는다.

차세대 거래시스템인 엑스추어플러스는 다음달 3일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번 사고와 거래소의 대응은 결과적으로 새 시스템의 개발과 운영을 맡은 코스콤의 어깨만 무겁게 만들었다.
'완벽한 새 시스템만 도입되면 해결될 일'이라고 호언장담한 탓에 거래소는 책임을 면하고 사고도 일단락된 것처럼 보인다. 다만 코스콤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을 넘겨받은 셈이 됐다.


일각에선 엑스추어플러스의 안정성을 벌써 의심하는 상황이다. '오늘 맞을 회초리를 내일로 미룬' 거래소의 미래는 그들의 바람만큼 순탄할 수 있을까.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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