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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모델만 쳐다보는 광고시장

조지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17 16:50

수정 2014.10.29 17:07

[기자수첩] 모델만 쳐다보는 광고시장

"일반적으로 창의성보다는 모델을 누구로 썼느냐가 광고 전체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른 업종 회사로 이직한 한 광고업계 종사자의 푸념이다. 그는 외국 대학교에서 광고 분야 석사학위까지 받은 유학파 출신이지만 결국 광고인의 꿈을 접었다. 그는 유학시절 한국 광고기업 입사를 한사코 말렸던 선배의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다. 그 선배는 "포토샵으로 모델 얼굴에 있는 점 빼는 일부터 하기 싫다면 한국 기업에 입사하지 말라"고 충고했다는 것이다. 극단적이지만 한국 광고 시장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얘기다.
실제 유독 국내에서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연예인을 비롯해 유명인이 등장하는 광고가 많다. 그래서 주목받는 것은 언제나 모델들이다.

최근 소치 동계올림픽 열기가 한창인 지금 수많은 기사들 가운데 한 면을 장식했던 이슈가 바로 메달을 딴 선수들의 '몸값'에 관한 것이었다. 몸값을 결정 짓는 잣대 가운데 하나는 광고모델료다.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건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는 차세대 광고스타로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다. 예상되는 광고 모델료가 5억원 안팎이다. 피겨스케이팅 김연아의 경우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면 모델료는 부르는 게 값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광고 모델들의 몸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때마다 광고업계 종사자들의 한숨은 커져만 간다. 비싼 값을 치른 만큼 모델이 돋보이는 광고를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발한 생각, 독특한 표현 등 이른바 '크리에이티브'한 시도는 불가능해진다.
여러 하도급 단계를 거치는 업계의 특성까지 발목을 잡는다.

어느 한쪽이 무조건 옳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광고는 사람의 생각을 함축적인 글과 영상을 통해 표현하는 것인 만큼 다양한 시도는 광고산업 발전을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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