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기억은 사라져도 습관은 남아

임정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18 16:49

수정 2014.10.29 16:36

[데스크칼럼] 기억은 사라져도 습관은 남아

"다른 선수가 잘하고 못하는 게 내게 영향을 주진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내가 연습했던 것을 해내는 것이다."

소치 동계 올림픽 참가를 위해 며칠 전 러시아에 입국한 김연아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세계 챔피언이 가장 중요한 시점에 한 말이라면 우리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말은 "이 중요한 시점에 내가 해야 하고 하기 원하는 건 평소와 달리 특별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매일 반복해 연습해 온 것, 바로 그것을 그대로 재현해 내는 것이다"라는 의미일 게다. 이 말은 연아가 그동안 경기에 임할 때마다 되풀이해 온 말이기도 하다.


연아의 말은 탁월한 발레리나 강수진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녀는 자신의 책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에서 "매일 매일의 지루한, 그러면서도 지독하게 치열했던 하루의 반복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요즘 서점에 가면 '조용한 믿음의 힘'이란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다. 뉴욕타임스가 베스트셀러로 꼽은 책이기도 하다. 이 책 제목엔 '평범한 사람의 비범한 성취'란 말이 부제로 붙어있다. 책의 저자는 2007년 'NFL 슈퍼볼'에서 우승한 인디애나폴리스 콜츠팀의 감독 토니 던지. 그가 처음 감독을 맡은 프로미식축구팀은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였다. 당시 이 팀은 허구한 날 지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지난 10여년 동안 이긴 게임이 별로 없는 만년 꼴찌팀이었다.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는다고 해서 '오렌지색 동네북'으로 놀림을 받기도 했다.

던지는 이길 수 있는 경기 태도와 습관을 갖추지 못한 것을 원인으로 진단하고 선수들의 습관 바꾸기에 착수한다. 그리고 마침내 버커니어스를 미국 프로 풋볼리그(NFL)에서 가장 강력한 팀으로 탈바꿈시킨다. 던지는 NFL역사에서 10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유일한 감독이 됐고 슈퍼볼에서 승리한 최초의 흑인감독이 됐다.

그는 이 책에서 그가 일궈낸 많은 승리 비결에 대해 "비범한 일을 찾아서 한 게 아니라 평범한 일을 비범하게 하기 위해 애썼다"고 썼다. 평범했던 그의 팀은 승리할 수 있는 작은 습관들을 끊임없이 연습하고 훈련해 마침내 비범한 결과를 얻었다.

어떤 이는 비범한 인물이란 평가를 얻지만 대부분 평범한 인물로 남는다. 사실 나도 직장생활 28년을 되돌아보건대 비범한 일을 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 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할 게다.

우리는 매일 비슷한 일과를 반복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화장실 가고 씻고 식사하고 출근하는 패턴은 기계로 찍어낸 붕어빵 같다. 직장에서도 습관에 따라 회의하고 업무를 처리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일의 내용이 달라지긴 하지만 비슷한 일을 반복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렇게 습관적으로 한 일은 쌓여 성과가 되고 인생이 된다. 사실 우리의 미래는 매일 반복하는 일의 결과물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매일의 일상을 비범하게 대하고 최선을 다해 온 김연아나 강수진을 존경한다. 그리고 최악의 팀을 최고의 팀으로 바꾼 던지가 우리에게 주는 도전을 용기있게 수용하고 싶다.

우리는 누구나 비범한 인물이 되길 원한다.
비범하게 되는 포인트는 내가 매일 하고 있는 내 일상 속에 숨어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일상을 찬찬히, 그리고 깊이 들여다보자. 내게 비범한 결과를 안겨 줄 승리의 포인트가 보일 때까지. 그것들이 내 습관이 될 때 나는 달라져 있지 않을까. 이렇게 노력하는 이들에게 이 말은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어보인다.
'기억은 사라져도 습관은 남는다.'

lim648@fnnews.com 산업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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