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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나

김병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19 17:01

수정 2014.10.29 16:17

[기자수첩]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나

서울메트로가 지하철 2호선의 노후전동차 교체를 놓고 국제경쟁입찰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쟁을 시켜 차량 도입가격을 낮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일본의 히타치, 캐나다 봄바르디어, 중국 CNR 등 해외 철도차량 제작사들이 지하철 2호선 차량 교체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차량 구매가를 줄이는 데는 분명 이 방식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문제는 최종 사업자로 해외업체가 선정될 경우 따라올 부작용이다.

무엇보다 국내 부품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철도 차량은 다품종 소량 생산에다 국내 시장 규모가 제한적이어서 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하다. 국내 철도차량 관련 부품업체는 총 266개사. 이 업체들의 연평균 매출은 13억원 정도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선진국들은 자국 철도산업 보호를 위해 독점적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차량 제작사는 물론 부품업체들의 국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유럽은 유럽표준 규격, 공급실적, 설비, 품질 수준 등 까다로운 입찰조건을 내걸며 타 지역의 입찰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미국 수출차량의 60% 이상을 자국에서 생산토록 강제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제한은커녕 국내 산업 지원도 전무하다. 이런 형편에 국제입찰까지 도입한다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내 철도산업계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해외업체들은 초기시장 진입을 목적으로 저가공세를 펼칠 공산이 크다.

실제 봄바르디어는 중국에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 업체들이 혹 국내에서 생산한다 해도 부품은 자국에서 조달하기 마련이다.
국내 부품업체의 고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는 서울메트로에도 손해다.
당장 몇 푼 아끼려고 국제경쟁입찰을 도입하기 전에 눈을 좀 더 크게 뜨기 바란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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