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증권산업 위기인가, 기회인가

김승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20 17:00

수정 2014.10.29 15:30

[데스크칼럼] 증권산업 위기인가, 기회인가

#. 국내 증권산업은 구조적 침체에 빠졌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 그 출발점은 어디일까. 전문가들은 이명박(MB)정부라고 입을 모은다. 그들의 주장은 이렇다. MB정부는 금융정책을 정부 주도형(규제 강화)으로 전환했다. 자금 중개 시장은 대기업 위주로 재편시켰다.

국책은행이 직접 시장에 개입해 민간 은행 및 자본시장의 금융 중개 기능도 약화됐다.

증권산업의 성장성, 수익성 제고를 위한 정책보다는 시스템 안정성 제고를 위한 정책에만 집중했다. 펀드수수료 규제 강화 등 과도한 가격 개입은 증권사 수익성 악화를 불러왔다. 공모펀드에 대한 거래세 부과, 파생상품거래세 부과 추진, 금융주 공매도 제한 등도 증권산업을 코너로 몰아넣었다.

전세가격 상승 등 실질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인한 중산층 가계의 실질 소득 악화도 한몫했다. 결국 중산층 가계의 금융자산은 안전금융자산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했다. 참여정부 기간 중산층 가계 위험 금융자산은 94조7000억원 증가했다. MB정부 기간엔 57조2000억원이 이탈했다. 지난해에도 10조6000억원의 개인 자금이 주식 및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갔다. 안전자산 중심의 자산 구조 변화는 증시 위축과 증권사 수익성 악화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증권산업은 인구고령화와 저성장·저금리라는 두 개의 메가트렌드(megatrend)에 직면해 있다. 2000년에 이미 고령화사회에 들어선 우리나라는 2018년 고령사회, 2026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2008~2012년) 연평균 2.9%로 급감했다. 2013~2020년 GDP 연평균 성장률은 3.5%로 추정돼 중장기적으로 저성장 국면 진입이 예상된다.

두 개의 메가트렌드는 서로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국내 금융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증권사 입장에선 이런 변화가 위탁매매 등 일부 업무에 중대한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자산관리, 인수합병(M&A)자문 등의 업무에는 새로운 기회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미국(1970년대)과 일본(1990년대 이후) 증권산업도 구조적인 침체에 허덕였다. 한국 증권산업을 위기로 몰아넣은 수수료 자유화와 경쟁 심화로 촉발된 위탁매매시장 부진 때문이었다. 미국과 일본의 증권업 패러다임의 시기별 변화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은 1975년 위탁매매수수료 자율화로 인해 증권사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기 시작했다. 미국 증권사들은 수입 다원화를 위해 자산관리 및 혁신 상품개발에 주력했다. 1980년대는 증권인수와 M&A 자문서비스 시장에 주력하는 등 투자은행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일본은 증권사 진입규제(면허제→등록제) 완화, 수수료 완전자율화로 대변되는 일본 금융빅뱅, 버블 붕괴로 시작된 일본 경제의 장기 불황, 증시 침체가 동시다발적으로 밀려와 증권산업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 생존전략이 없는 증권사는 도태됐다.

증권사들은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두 나라의 수익 다각화 노력은 10여년 후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미국은 자산관리와 투자은행 부문이 강화됐다. 일본은 자산관리와 축적된 금융자산을 활용한 고수익 해외투자에서 승전고를 울렸다.
이는 한국 증권산업의 위기도 구조적 차원에서 풀어야 하는 교훈을 준 것이다. 금융당국, 증권사, 투자자란 삼각편대가 힘을 모아서….

sejkim@fnnews.com 김승중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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