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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일본酒의 기적 일으킨 경영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21 17:22

수정 2014.10.29 15:07

[월드리포트] 일본酒의 기적 일으킨 경영

일본 남부의 시골에서 만들어진 일본의 대표적인 술 사케가 작업공정의 철저한 개선과 기계화로 다시 살아나면서 도쿄와 해외에서까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케는 한때 판매가 저조했다가 매출 급증을 보이는 등 기적의 술로 불리며 주류업체로서뿐만 아니라 일본 제조업의 모범으로서 잡지와 TV에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이 술은 '닷사이(獺祭)'라는 이름으로 야마구치현과 히로시마현의 경계에 위치한 이와쿠니시의 산속에 있는 아사히 주조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현 사장인 사쿠라이 히로시가 아사히 주조 사장이 된 것은 지난 1984년이다. 그 전에는 부친이 경영했지만 병세가 위독해지자 다른 일을 하고 있던 사쿠라이가 갑자기 사장을 맡게 됐다.

가업을 이을 당시의 아사히 주조는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에서도 최하위인 4위의 주류업체였다.

익숙하지 않은 업무로 판매 실적이 점점 떨어져 1990년대에는 도산의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사쿠라이 사장에게 잠 못 드는 날이 이어졌다. "지금 자신이 죽으면 보험금은 얼마나 들어올까?"라고 계산도 해봤다고 했다. 가족과 종업원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사케는 케케묵은 술이라고 인식돼 잘 팔리지 않았다.

지난 1992년 일본 전국에서 137만kL 팔렸던 것이 2007년에는 67만kL가 판매되어 약 3분의 1로 감소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술은 취하기 위하여 마시는 것으로 싸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것이 인기였다. 그러나 점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술은 맛을 즐기는 것으로 바뀌었고 와인이나 과일이 들어간 소주가 인기를 끌었다.

사케는 이런 흐름에 편승하지 못했다. 사쿠라이 사장은 맛을 살리기로 결심하고 술의 원료인 쌀은 A급인 야마다니시키만 사용하고 최대한 가공해 잡냄새를 없앴다. 더욱이 지금까지는 기술자들의 감으로만 진행했던 술 제조 공정을 가능한 한 기계를 도입해 균일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지난 2000년에는 고가의 원심분리기를 도입했다.

사쿠라이는 결국 새로운 브랜드인 '닷사이'를 만들어 팔리지 않는다면 대도시나 해외에서 팔겠다는 각오로 우선 2001년부터 도쿄에 닷사이 전문 바와 음식점을 열어 영업하기 시작했다.

닷사이의 최고가 술은 1만엔(약 10만4000원) 이상에 팔린다. 부드러운 목넘김으로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 2000년에 139kL였던 닷사이의 연간 판매량은 2009년에는 517kL로 약 4배 증가해 구입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이 술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다는 음식물인 코셔(Kosher) 인증도 받았다.

사쿠라이의 다음 목표는 프랑스 파리다.

사쿠라이 사장은 "파리는 누가 뭐래도 유럽 음식문화의 중심지입니다. 파리에서 우리들의 맛이 정착되면 뉴욕이나 다른 해외 도시에도 전파될 것으로 확신합니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올봄 파리에 레스토랑을 열고 닷사이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라이벌은 사케가 아니라 와인이다.

운도 따랐다.

일본 음식문화가 2013년 12월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의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일본음식에 어울리는 술로서 사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케의 국내 소비는 침체하고 있지만 수출은 순조롭다. 전체 수출량의 30%가 미국이며 한국이 2위로 14%, 대만, 홍콩의 순이다.

사쿠라이 시장은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는 "길을 헛디뎌도 자꾸 나아가서 더욱 큰 시장으로 진출하기를 바란다"며 다른 일본주 제조사들에도 호소하고 있다.

이런 사쿠라이 사장의 경영 철학을 담은 책 '역경경영'이 지난 1월에 출판돼 경영서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gomi42@fnnews.com 고미 요지 도쿄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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