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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약간은 배고프게, 모자라게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24 16:43

수정 2014.10.29 14:22

[fn논단] 약간은 배고프게, 모자라게

이 시대 창조리더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에서 한 축사 장면은 거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그의 삶에 대한 극적인 스토리 때문에 특별한 감동을 준다. 그는 미혼모 대학원생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한 집으로 입양된 후 따분한 대학생활에 환멸을 느끼면서 대학을 자퇴하고 대신 몰래 서체 관련 강의를 도강(盜講)했다. 이때 들었던 강의가 그 몇 년 후 애플사를 창업하고 매킨토시 컴퓨터를 개발하는 데 결정적인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애플사에서 창업자인 자신이 해고당하는 시련과 실의의 세월을 보내기도 했지만 그 기간에 아내와의 행복한 결혼을 하면서 애플사로의 복귀, 새로운 성공 창조 등의 과정을 통해 '사랑과 상실'의 의미를 발견했다. 성공에 대한 기쁨도 잠시 그는 췌장암 진단과 동시에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라는 의사의 충고를 받은 후의 자신과의 진실한 만남과 기적 같은 극복과정을 소개한다. 그가 겪었던 이들 3개의 전환점(기구한 출생, 서체 공부 그리고 췌장암)이 점으로서 남아 있는 게 아니라 각 점의 의미들을 연결, 변화시켜 인생과 운명의 차이를 만들었다는 내용을 진솔하게 전해주면서 그는 졸업생들에게 "약간은 배고프게 약간은 모자라게(Stay hungry, Stay foolish)" 할 것을 당부한다.


모차르트에게 음악을 배우겠다고 한 청년이 찾아왔다. 모차르트는 늘 하던 대로 "당신은 음악을 배운 적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예,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쳤고 바이올린도 10년을 배웠습니다." 그의 대답을 들은 모차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원래 수업료의 2배를 내라고 하며 제자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런데 한참 후에 또 다른 청년 하나가 찾아왔다. 모차르트는 이번에도 "당신은 음악을 배운 적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청년은 "전에 음악을 배운 적은 없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모차르트가 음악을 전혀 모르는 것 때문에 자신을 돌려보내지 않을까 하고 불안해했다. 그러나 모차르트는 "그럼 좋습니다. 수업료를 반만 내십시오"라며 흡족한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이미 2배의 수업료를 내기로 한 청년은 그것을 보고 "음악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는 수업료를 반만 내라고 하고 10년 동안이나 음악을 공부한 사람에게는 수업료를 2배로 내라고 하니 그건 부당한 처사가 아닙니까"라며 모차르트에게 항의했다. 그러자 모차르트는 그 이유를 말해 주었다. "음악을 배운 사람들을 가르칠 때 나는 우선 그들에게 남아 있는 찌꺼기를 거두어냅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힘든 작업입니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것을 파괴하는 것은 가르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순수한 가슴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가르치는 일은 아주 쉬운 일입니다.
"

성공한 리더일수록 자신의 한때의 '성공 패러다임' 때문에 다양성에 대한 내성이 낮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가 어렵고 다른 사람과의 차이를 갈등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법이다. 28년간 미국 대학 농구팀 감독으로 일하면서 88연승 기록과 네 번의 정규시즌 무패 우승 기록을 달성하며 열 번이나 우승을 차지해 명예의 전당에 오른 UCLA 존 우든 감독의 '재능은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니 겸손해야 하고 명성은 사람들이 주는 것이니 감사해야 하고 자신감은 자기 스스로 주는 것이니 조심해야 한다'는 말은 창조를 꿈꾸는 모든 리더들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다가올 이 아름다운 새봄을 'Stay Hungry, Stay Foolish'란 마음으로 시작하자. 그리고 그런 마음을 만나는 사람들에게 실천해 보자.

내가 실천하는 만큼 세상은 더 아름다워지는 것을 발견하고 스스로도 놀라게 될 것이다.

정재창 PSI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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