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안현수 신드롬이 전하는 것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24 16:43

수정 2014.10.29 14:22

[특별기고] 안현수 신드롬이 전하는 것

러시아 소치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려 전 세계를 열광시켰다. 모든 참가 선수가 조국의 명예를 걸고 그동안 땀 흘린 노력의 결실인 자신의 실력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번 올림픽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나라마다 저마다의 많은 영웅을 반겼다.

물론 우리 국민에게도 이상화라는 걸출한 영웅이 모든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지만 이번 올림픽만큼 우리 국민의 마음을 복잡하게 했던 대회도 없었던 것 같다. 다름이 아니라 바로 남자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러시아의 빅토르 안, 아니 안현수 선수 이야기다. 한때는 조국이었던 대한민국을 버리고 러시아로 귀화한 안 선수임에도 우리 국민은 그를 욕하거나 원망하거나 비하하기보다 오히려 같이 출전했던 우리 선수보다 러시아 대표선수인 그를 더 열렬히 응원하고 축하했다는 사실이다.
우리 국민처럼 보수적이고 국수적이며 폐쇄적인 국민성을 고려한다면 전혀 예기치 않았던 놀라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왜 우리는 조국을 등진 그에게 그토록 열광하였을까.

아마도 그를 통해 우리는 한국 사회의 불공정성을 고발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모든 면에서 민주화되고 그 만큼 정의롭고 그래서 공정한 사회가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크고 작은 성장통을 앓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며, 그래서 갖가지 공정하지 못함에 억울해하고 분통 터져하며 여기저기 하소연하기도 한다. 반면에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뿌린 사건이 바로 안현수 신드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무엇이 불공정한가. 최근 잇따라 이뤄진 재벌총수들에 대한 법원의 양형선고도 사법정의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름 하여 재벌들에 대한 3.5 공식이 그것이다. 국가의 경제발전과 사회에 기여한 공을 들어 죄는 있으나 사실상 처벌은 하지 않는 3년 형에 5년 집행유예를 선고하여 석방하는 것이다. 생계형 범죄를 포함한 절대다수가 서민범죄인 전통적 노상범죄자에 대한 무거운 양형과 사뭇 대조되기 때문이다. 벌은 죄에 상응해야 사법정의인데도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불거진 경제정의의 하나인 거대기업의 횡포로 빚어진 소위 '슈퍼 갑'과 '을'의 불공정한 거래관행과 경쟁, 그리고 동네 구멍가게까지 말살시키고 지역상권마저 독점하려는 거대기업들의 지나친 욕심도 우리 사회의 경제부정의와 불공정성의 표상이 되고 있다. 불공정 경쟁은 비단 경제에서만 나타나는 현상도 아니다.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박혀 있는 학연과 지연이다. 개인의 능력보다 출신 대학과 지역이 우선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견주어볼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나마 이러한 기회의 불균형과 그로 인한 불공정한 경쟁을 어렵지만 극복할 수 있었던 '개천에서 나는 용'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에게 '안녕들 하셨습니까'라고 하소연하던 많은 국민에게 그런 불공정 앞에서 울어야 했던 안현수, 아니 빅토르 안의 쾌거에 환호하는 것은 사람들의 대리만족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불공정성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범죄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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