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대구·경북 세계 물포럼 의의

이두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25 16:34

수정 2014.10.29 14:01

[특별기고] 대구·경북 세계 물포럼 의의

겨울의 끝자락 나른한 오후 문득 흐리멍덩한 정신을 깨워줄 한 잔의 커피가 당겨 한 잔 가득 커피를 따랐다. 그윽한 커피향이 반갑고 고맙다. 한동안 커피를 음미하다가 문득 '커피 한 잔에 쓰이는 물은 얼마나 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나를 보고 직업병이라고 놀릴지도 모르겠지만 커피 한 잔만큼의 물의 양을 재어 봤다. 300mL 정도였다. 이게 맞는 것일까. 잔도 씻어야 하고 입안에 커피가 들어오기까지 재배·운반·가공 등 여러 과정에서 물이 사용되었을 텐데….

책에서 비슷한 내용을 본 듯해 찾아봤다.
영국의 토니 앨런 교수가 세운 가상수(Virtual Water) 얘기였다. 그에 따르면 한 잔의 커피를 마시기까지 대략 140L의 물을 사용한단다. 300mL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2L 페트병 70개의 물을 쓴다니 어떻게 나온 계산이지? 가상수는 식품이나 제품이 생산 및 유통 과정을 거쳐 최종 소비될 때까지 사용되는 물의 총량을 뜻한다. 물을 얼마나 낭비하고 있으며 또 환경위험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를 알고자 고안한 개념이다. 이에 따르면 쌀 1㎏은 3400L, 우유 1㎏은 1000L의 물이 사용된다. 또 한 장의 티셔츠를 만드는 데는 4000L의 물이 필요하다. 트벤테대학교 아르옌 훅스트라 교수는 한 걸음 더 나간 물 발자국(Water Footprint)을 제안했다. 가상수에 마시고 씻는 데 쓴 물까지 더한 개념이다. 즉 커피콩을 재배·포장·운송할 때 쓴 물과 잔을 만드는 데 쓴 물, 앞서의 300mL까지를 더해야만 커피를 마시기까지 사용한 총량이 나온다는 것이다.

물론 이 두 개념은 무분별한 물 소비에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발전 속도가 다른 국가 간의 물 사용 불균형 해소와 사용량 조절에 도움이 된다. 아프리카에는 유럽 국가들이 만든 화훼단지가 많다. 꽃 재배로 아프리카의 물은 더욱 고갈되었고 이는 물발자국으로 증명됐다. 결국 국제표준화기구는 ISO14046으로 국제표준을 정했고 유럽연합은 구체적 실행지침과 지수를 발표했다.

물은 필수자원이지만 낭비되고 모자라며 오염되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상황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5년 대구·경북에서 열리는 '제7차 세계물포럼'은 큰 의미가 있다. 이번 포럼은 물 문제를 세계 공통의 해결 과제로 인식하여 공동대응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세계 최대 규모의 물 관련 국제행사다. 1997년부터 3년마다 열고 있는데 내년 4월 대구·경북에서 제7차 세계물포럼이 열린다. 이번 물포럼은 한국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과시하면서 물 관리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특히 국내 물 관련 기업의 세계 물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각국 참가자들에게 우리의 기술력을 알리고 네트워크를 구축하기에 매우 유리하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 물포럼의 기회를 잘 살려 민관 공동참여 등 다양한 형태의 해외사업 진출 기반을 마련하기를 희망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를 물 부족이 심각한 나라로 평가하고 있다. 아직 생각 없이 물을 펑펑 쓰는 이들이 있다.
제7차 세계 물포럼이 물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최병만 K-water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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