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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왕따가 된 오바마 대통령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28 18:06

수정 2014.10.29 09:15

[월드리포트] 왕따가 된 오바마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입지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은 물론, 이제는 국민들도 오바마 대통령을 차가운 눈빛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는 같은 민주당 소속 의원들조차 그를 멀리하고 있다.

올해 켄터키주 소속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미 정계의 '터줏대감'인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현 의원에게 도전장을 던진 민주당의 앨리슨 런드간은 최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갖고 있는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점이 많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유세 지원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소속 연방상원의원이자 올해 재선에 도전하는 케이 헤이간(민주) 의원 역시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이 노스캐롤라이나를 방문했을 때 "의회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행사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선거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에는 루이지애나주의 매리 랜드리우(민주) 연방 상원의원이 "사전 약속이 있다"며 뉴올리언스를 찾은 오바마를 외면했으며 앨라스카주의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인 마크 베기치는 "본인은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선거유세를 벌일 마음이 없다"고 직설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처럼 오바마 대통령이 아군인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버림받고 있는 이유는 그의 최대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의 탓이 크다.

말이 최대 업적이지, 사실 따지고 보면 '중산층 죽이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상당수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

오바마케어는 현재 보험이 없는 모든 국민들에게 보험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지원금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연봉 수준이 부자도 아니고 빈곤층도 아닌 중산층에게는 지원금이 거의 돌아가지 않는다.

예를 들어 뉴욕에서 가구수입이 7만달러(약 7500만원)인 4인가족의 경우, 오바마케어 가입 시 매달 약 550달러(약 59만원)를 지불해야 한다.

7만달러가 결코 적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뉴욕에서 4인가족 수입 7만달러는 거의 빈곤층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생활하기가 어렵다. 거기서 매달 550달러를 내야 된다고 하니 오바마에 대한 중산층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취임 초기 70%까지 올라갔던 지지율은 지난해 11월 40% 초반대로 추락한 뒤 반등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 기념일이었던 지난 17일 발표된 CNN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응답은 42%로 취임 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현재 추세로는 30%대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올해 선거를 앞둔 민주당 의원들의 '오바마와 거리 두기'는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와 같은 위기를 반전해보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미국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중산층은 최저임금 이상을 이미 받고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 카드로 중산층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역부족이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으로 약 5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미 의회예산국(CBO)의 보고서가 발표된 뒤 오바마 대통령은 박수는커녕 오히려 된서리를 맞고 있다.


CBO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 시 빈곤층 노동자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기는 하지만 고용주들이 타격을 입어 오는 2016년까지 평균 50만에서 무려 100만명의 일자리를 감소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도 3년이나 남았다.
이러다가는 그가 그렇게 좋아하는 골프를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조차 없을 것 같다.

jjung72@fnnews.com 정지원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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