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제2의 카드대란’ 신용정보 유출

박승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3.09 16:59

수정 2014.10.29 05:37

[특별기고] ‘제2의 카드대란’ 신용정보 유출

'이번에는 카드결제 정보 1200만건 유출 !' 신용정보 유출에 대한 또 다른 사건을 접하면서 서로 믿고 거래하는 신용사회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차라리 이러한 신용정보 공유를 완전히 없애버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개인신용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환경에 있었고 정보가 공유되지 않기에 정보유출의 걱정이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는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회였기에 담보와 보증인 이외에는 금융거래가 불가능했고 서로 믿고 거래하는 신용거래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시대였다. 그리고 서로 믿고 거래할 수 있다는 징표인 '신용카드'가 등장했다.

정부의 신용카드 장려 정책과 함께 신용카드 산업은 엄청나게 성장했고 지난 2003년에는 제1의 카드대란을 맞이하게 된다.
당시 1400만명이 카드 돌려막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350만명의 금융채무불이행자(당시 신용불량자)가 발생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 믿지 못해 담보와 보증인만으로 금융서비스가 제공됐던 소비자 금융시장이 신용을 나타내는 징표인 신용카드가 나타나자 갑자기 상대방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믿고 신용거래를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엄청난 수의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발생하는 후폭풍을 맞는다.

여기서 우리가 배워야 하는 교훈은 모든 금융소비자는 동일한 신용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정밀하게 측정된 개인신용에 따라 금융소비자에게 차별적인 금융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올바른 개인신용평가를 위해서는 과거의 신용기록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제1의 카드대란 이후 금융감독 당국은 활성화된 신용정보 공유시장을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금융회사는 높은 수준의 개인평가시스템을 포함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2010년 카드시장 규모가 2003년 당시의 카드대란 규모로 성장하자 많은 전문가는 미래를 예상하고 제2의 카드대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를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신용정보 공유시장이 건재하고 금융회사의 정밀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하는 한 2003년과 같은 카드대란은 절대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신용정보 공유시장에서 신용정보 유출사건이 발생했다. 많은 전문가는 무분별한 마케팅을 제한하고 신용정보 공유를 축소하거나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보면서 2003년 당시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생각나게 만든다.

우리나라의 소비자 금융시장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시장의 규율을 확립하기 위해 금융회사에 어떠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할까. 징벌적 과징금(?), 최고경영자(CEO)의 책임 추궁(?), 그래도 금융회사가 가장 무서워하는 처벌은 개인정보가 팔리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해 금융소비자들이 거래를 끊고 경쟁회사로 옮기는 행위일 것이다.

결국 시장이 해당 금융회사를 외면하게 되면 그 회사는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기능을 '금융시장의 감시기능'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즉 금융감독 당국이 주체가 돼 정책을 펼치고 징벌을 가하는 것보다는 시장의 자율적인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환경과 규제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래야 선진 금융시장으로 가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군희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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