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스타의 경제학, 서태지에서 천송이까지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3.09 16:59

수정 2014.10.29 05:37

[데스크칼럼] 스타의 경제학, 서태지에서 천송이까지

스타는 힘이 세다. 파워풀한 그들의 위세는 여기저기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가강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이는 '천송이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전지현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종영한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방지축 천송이 역을 맡아 '엽기적인 그녀' 이후 가장 핫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

천송이의 스타파워는 시장 곳곳에도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으며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가장 큰 수혜를 입고 있는 곳은 패션·메이크업 업계다.
천송이가 입었던 코트와 잠옷, 어깨에 걸쳤던 가방, 입술에 발랐던 립스틱과 화장품이 말 그대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또 그가 상대역인 도민준(김수현 분)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사용했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드라마 방영 이후 다운로드 순위가 급상승했고, 드라마 소품으로 사용됐던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은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그의 힘은 바다 건너 중국에서도 위력을 떨치고 있다. "첫눈 오는 날에는 치맥인데…"라는 그의 대사 한 마디 때문에 중국 대륙에 한국식 치맥(치킨+맥주) 바람이 불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중국에 부는 치맥 열풍'이라는 제목의 베이징발 기사를 통해 한 명의 스타가 만들어낸 신풍속도를 꼼꼼히 분석하고 있다. WSJ의 보도에 따르면 천송이 덕분에 한국인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베이징 왕징의 한국식 치킨집들도 개점 이래 최고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스타파워를 유감없이 보여준 사례는 더 있다. 멀리는 X세대의 출현을 알리며 1990년대를 뜨겁게 달궜던 서태지와 아이들이 있다. 1992년 3월 데뷔한 서태지와 아이들은 1집 '난 알아요'를 시작으로 2집 '하여가', 3집 '발해를 꿈꾸며', 4집 '컴백홈' 등 앨범을 낼 때마다 100만장 이상을 팔아치우는 괴력을 과시하며 10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들이 이뤄낸 놀라운 성과는 서태지라는 한 명의 천재(스타)가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에서 세상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했다. 당시 삼성경제연구소는 '서태지와 아이들과 기업경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한 명의 천재가 세상을 이끄는 시대에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요모조모 따져보기도 했다.

스포츠 스타들의 파워도 연예인 못지않다. '여자 타이거 우즈'로 불렸던 박세리의 등장(1998년)은 개인적인 부(富)는 물론 스포츠 용품 판매 증가와 스폰서 기업들의 이미지 제고라는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또 박세리 개인이 세계 최정상에 올랐다는 차원을 넘어 침체된 국내 스포츠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사태로 어깨가 축 처져있던 국민의 사기를 끌어올렸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최근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수확한 '빙속 여제' 이상화와 '피겨 여왕' 김연아가 스타파워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상화 선수가 경기 중 썼던 선글라스와 점퍼, 트레이닝복 등이 불티나게 팔리는가 하면 김연아 선수가 착용했던 귀걸이와 립스틱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이룩한 직·간접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를 따져보면 그 가치는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살과 뼈로 이뤄진 한 명의 스타가 만인(萬人)을 먹여 살리는 시대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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