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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美 부동산시장에 차이나 머니 열풍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3.28 17:11

수정 2014.10.29 00:58

[월드리포트] 美 부동산시장에 차이나 머니 열풍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중국의 '차이나 머니' 투입으로 요동치고 있다.

현금 파워가 넘치는 중국의 부유층 바이어들이 미국의 부동산 매입에 혈안을 올리면서 일부 지역은 부동산 버블 발생 시기 이전 수준까지 폭등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은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상상할 수도 없는 어마어마한 현금을 동원, 미국의 주택가와 상가를 사들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인 바이어들에게 있어 미국의 주택 가격은 중국에 비해 상당히 낮다.

따라서 중국의 부자들은 100만달러(약 10억8000만원)가 훨씬 넘는 호화 주택을 대수롭지 않게 현찰로 매입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한 지역은 차이나 머니 열풍으로 지난해 중간가격이 2007년 버블 시기보다 무려 30%나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들이 구입한 주택 중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2007년도 5%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놀라운 것은 최근 미국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중국인들 중 60% 이상이 주택융자(모기지)를 받지 않고 현금으로 집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중국계 은행 중 가장 규모가 큰 이스트웨스트 뱅크는 미국 내 신용 기록이 없는 중국 바이어들에게 주택 대출을 전문적으로 해주고 있다.

이 은행에 따르면 대부분의 중국인 바이어들은 집값의 상당 부분을 현금으로 계약금을 지불하고 일부만 융자를 받고 있다.

이스트웨스트 뱅크의 도미닉 엥 행장 겸 이사장은 "중국계 큰손의 투자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은 주택뿐만 아니라 대형 상업 부동산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게 모색하고 있다.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 그룹인 완커의 경우 뉴욕 맨해튼의 중심가인 렉싱턴 애비뉴에 높이 200m 규모의 빌딩을 건설할 계획이다.

총 61층으로 지어지는 이 빌딩은 고급 아파트와 상가로 개발되며 2015년 가을 분양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의 부동산 개발 대기업인 포선 인터내셔널 또한 체이스 맨해튼 플라자를 7억2500만달러에 매입했다.

지난해 중국 투자자들이 사들인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은 총 76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은 앞으로 계속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 매입 축소와 이에 따른 모기지 금리 상승 압박으로 인해 미국 주택시장의 회복이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중국인들은 미 부동산 투자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중국 국부펀드부터 보험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투자기관이 미국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중국 투자자들은 주로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샌프란시스코를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하이에서 발행되는 부유층 대상 잡지사인 '후룬'에 따르면 최근 설문조사에서 중국 부자들 가운데 60%가 외국에 가서 살고 싶다고 대답했으며 가고 싶은 나라 1위는 미국으로 나타났다.

중국인들의 '돈 냄새'를 맡은 미국 부동산 종사자들이 아시안 문화를 공부하고 취향을 반영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인 선호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부동산 종사자들은 중국인들에게 주택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풍수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인근 지역에서 중국인들을 겨냥해 분양된 주택 단지는 실내외를 모두 중국식으로 꾸몄으며 그 결과 100만달러짜리 주택이 순식간에 다 팔렸다.


심지어 번지수에 중국인이 꺼리는 '4'자가 들어가지 않도록 배려까지 했다고 한다.

중국에 대한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호'보다는 '경계' 분위기가 더 맞다.


그러나 돈 앞에서는 경계도 우호로 바뀌는 게 요즘 시대인가보다.

jjung7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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