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국민 속으로’를 보고싶다

이두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02 17:26

수정 2014.10.29 00:13

[데스크칼럼] ‘국민 속으로’를 보고싶다

일부 정책 및 사법부 행태가 가뜩이나 경제난에 신음하는 국민들 불쾌지수를 높여놓고 있다. 연말정산 폭탄이 봉급쟁이들의 유리지갑을 깨놓더니 이른바 황제 노역이 박탈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이뿐인가. 경제를 살리겠다고 내놓은 규제 완화책이라는 것이 현실을 도외시하고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은 모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던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정책 입안자들의 책상머리 행정에다 사법부 오만이 지나쳐 국민은 안중에 없이 '그들만의 리그'를 벌인다는 냉소마저 나온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한 일당 5억원짜리 노역은 입만 열면 사법정의를 부르짖는 한국 사법부의 민낯을 만천하에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이다. 여론화되지 않았다면 제2, 제3의 황제 노역이 나왔을 것이다.
푼돈을 훔치고도 징역형을 살고 벌금을 못내 하루 5만~10만원의 노역을 감당해야 하는 서민으로서는 기가 막힐 일이다. 사법부는 사회정의의 최후보루라고 한다. 이래서야 형사사법의 공정성, 신뢰성을 운운할 수 있겠는가. 1심에서 징역 5년에 벌금 1016억원을 구형하며 이례적으로 벌금형 선고유예를 요청하고, 여론이 악화되자 위헌 내지 법의 안정성 저해 시비를 일으키며 뒤늦게 허 전 회장에 대한 노역을 중단, 벌금 환수에 나서겠다는 검찰 역시 자유롭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대법원과 대검이 황제 노역을 막기 위해 환형유치 및 향판제도 등 개선방안 마련에 나섰지만 들끓는 여론에 밀린 땜질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이번 사건은 사법 구성원의 무감각이나 편향된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치부한다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그 같은 사법부를 둔 국민들로서도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규제를 개선하겠다며 내놓은 떡 등 즉석가공식품의 인터넷 판매.배달 허용은 또 어떤가. 그동안 떡 배달판매가 불법이었다는 사실 자체도 놀랍거니와 소비자가 요청하면 '직접' 배달을 전제로 인터넷 판매.배달이 가능토록 하겠다니, 직접 배달이나 퀵서비스를 이용한 배달이나 무엇이 다르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공정과세와 미친 전세를 잡기 위해 나온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은 더 심각한 결과를 낳고 있다. 방안 발표 후 매수심리가 위축돼 지난주(3월 21일 대비 27일) 서울 아파트값이 0.01% 떨어지면서 15주 만에 다시 하락했고(부동산114) 지난달 도시형생활주택 경매 낙찰가율은 73.3%로 전달(85.2%)에 비해 11.9%포인트, 다가구주택은 73.5%에서 64.9%로 8.6%포인트 떨어졌다(지지옥션).

'소득 있는 곳에 과세'라는 원칙론에 누가 반기를 들 수 있겠는가. 그러나 정부가 침체일로의 주택시장 회생을 위해 잇달아 내놓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취득세율 영구인하 등으로 겨우 회복 불씨가 살아나나 싶던 차에 연이어 임대소득 과세라는 상충된 카드를 던져 시장 냉각을 초래했다는 점이다. 예상되는 시장의 충격 등을 세밀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비판받는 이유다.
결국 국민정서 내지 시장 상황에 대한 면밀한 파악이나 깊은 헤아림 없이 법률 형식주의를 내세운 판결, 대증요법식 정책 등에 대한 반감이 큰 것이다. 더구나 국민 누구에게나 민감한 과세문제를 '좋은 정책'이라며 불쑥 내놓고 따르라고 해서야 '제대로 된' 국가행정력 행사라고 할 수 없다.
공감을 받기는 더더욱 어렵다.

doo@fnnews.com 이두영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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