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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청년 실업난에 몸살 앓는 지구촌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04 17:15

수정 2014.10.28 23:50

[월드리포트] 청년 실업난에 몸살 앓는 지구촌

전 세계가 청년 실업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로봇과 컴퓨터에 의한 공장 자동화 시스템이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이 일터를 잃어가고 있다.

사회에 발을 갓 디딘 많은 젊은이들에겐 일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고용주들은 같은 값이면 경험이 많은 경력 근로자들을 원하는 만큼 초보자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노령화되고 있는 선진국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화로 가격 경쟁력이 치열해지자 인건비가 높은 선진국들은 저렴한 노동비를 제공하는 신생 공업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추세다.


중국이나 인도 등 신생 공업국들은 세계의 공장으로 제조업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이 지역에서도 인건비가 오르자 베트남이나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 제3지역으로 생산 기지들이 이전하고 있다. 이 여파로 중국, 인도의 실업률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의 18세 이상 25세 미만 청년 실업률을 보면 지난 2월 현재 유럽연합(EU) 28개국의 평균치는 22.9%,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은 23.5%였다.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있어 가장 모범적인 국가로 꼽히는 독일의 경우 7.7%로 유로존에서 가장 낮았고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는 각각 9.4%와 11.5%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그리스는 지난해 12월 현재 58.3%로 가장 높았으며 스페인과 크로아티아가 53.6%와 48.8%로 각각 2, 3위를 기록했다. 청년들의 절반 이상이 실업자인 셈이다.

미국도 청년 실업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학력자들의 임금수준이 낮아지는 데다 정규직보다 임시직이 늘고 있는 것도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청년층의 실업률은 지난 2월 14.4%에 달했다. 이는 대침체(Great Recession)기였던 지난 2009~2010년의 19%에 비하면 크게 낮아진 것이나 경기가 호황을 보였던 지난 2002~2007년의 평균치 11.5%보다는 높은 수치다. 지난 1955년 이후 미국의 청년 실업률 평균치는 12.31%이다.

열악한 임금수준도 문제다. 금융위기 이후 정규직보다는 임시직이 크게 늘었고 대학 이상의 고학력자들의 급여는 예전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다.

미 센서스국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해 미 연방최저임금인 시간당 7.25달러(약 7700원)를 받고 일하는 대졸자 이상의 고학력자는 26만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0년의 32만7000명에 비해선 개선된 것이지만 대침체 이전이던 2005~2007년의 평균치 13만명에 비하면 두 배 수준에 이른다. 지난 2010년 이후 경제 회복기에 제공된 일자리 가운데 58%는 소매업이나 요식업 같은 저임금 임시직이다.

임금이 낮아지면서 중간 가계소득도 지난 2000년에 비하면 4000달러(약 420만원) 이상 내려갔다. 그만큼 살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년 실업난은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한 청년단체인 '영 인빈서블'이 공개한 보고서에 의하면 젊은이들의 높은 실직률로 인해 납세자들이 연간 250억달러(약 26조원)를 추가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청년층에 대한 정부의 복지, 실업 연금과 실직으로 인한 세입 감소액이 포함돼 있다.

호주는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안정된 고용시장을 유지하고 있다. 호주의 실업률은 지난 2월 6%로 최근 수년래 평균치를 웃돌았지만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면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최근 흥미로운 통계자료를 공개했다. 호주를 기준으로 청년실업률을 산정할 때 주요국들의 경제성장률이 추가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는가를 계산했다.

그 결과 주요20개국(G20) 가운데 이탈리아는 국내총생산(GDP)이 매년 1.4%씩 더 증가하고 프랑스는 1.2%의 추가 증가가 예상됐다. 한국은 1.1%, 미국과 일본은 각각 0.6%와 0.5% 더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신흥시장의 경우 남아공이 3.7%로 가장 높았고 사우디아라비아가 2.3%, 인도 1.8%의 순이었다.

청년 실업은 이제 어느 특정 나라들만의 고민거리가 아니다.
전 세계가 공통으로 겪고 있고 시급히 해결해 나가야 할 최우선의 이슈가 되고 있다.

kis@fnnews.com 강일선 로스앤젤레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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