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장클릭] 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 신중히

강재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09 17:09

수정 2014.10.28 13:27

[현장클릭] 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 신중히

물건 흥정 때 팔려는 사람은 더 받으려고 하고 사려는 사람은 싸게 사려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면 팔려는 측에서 선 매각 주관사는 어느 편에 서는 것이 맞을까. 물론 매매성사를 최우선시해야겠지만 매도자 측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비싸게 팔아야 수수료도 더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매도 측이 매각대금을 빚 갚는 데 사용할 것이라면 한푼이라도 더 비싸게 팔아 줘야 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 추진 과정을 보면 고개가 절로 갸우뚱거려진다. 매도자인 동부그룹은 매각대금 1조2000억~1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흥정에 아예 참여조차 못하고 있다.
주채권자이자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은 포스코에 2000억원만 있으면 살 수 있도록 하는 파격적인 길을 열어주고 있는 상태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동부그룹은 인천공장 매각을 경쟁입찰방식으로 추진해 줄 것을 산업은행에 요청하기에 이른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동부그룹의 핵심 자구안 중 하나인데 현재의 수의계약 방식대로 매각될 경우 헐값에 매각될 수 있어서다. 또 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매각되면 현 경영진에게 배임 혐의가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감도 포함됐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하루 만에 요청을 거절했다. 가뜩이나 인수대상자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매각작업만 지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은 작년부터 시작됐지만 본격적으로 매각 논의가 나온 것은 불과 두 달에 불과하다. 문제는 산업은행이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인수해 주기를 희망하고 있는 포스코의 입장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동부제철(인천공장) 인수와 (포스코가 추진 중인)재무구조 개선은 안 맞는 부분이 있지 않으냐. 그게 걱정이다"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몹시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러나 포스코 외엔 인수적임자가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권 회장의 발언에 대해 "최대한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게 본격적인 협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이라며 "가격을 낮추기 위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속도에 목숨을 걸고 있는 산업은행은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말 속이 타는 곳은 동부그룹이다. 경쟁입찰 한번 해보지 못하고 헐값에 팔아야 해서다.

산업은행이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가격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동부그룹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적인 사업 매각이 필요할지 모른다. 산업은행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또 매각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할 시기다.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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