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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발표장된 보아오 포럼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1 17:56

수정 2014.10.28 11:42

[월드리포트] 중국 발표장된 보아오 포럼

매년 4월이면 '동양의 하와이'로 불리는 중국 하이난섬의 보아오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몰려든 지도자와 정·관·재계 등 내로라하는 인사 수천명이 '북새통'을 이룬다.

보아오는 지난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어업과 농업을 생업으로 하는 작은 어촌에 불과했으나 2002년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제1차 보아오 포럼이 열리면서 매년 전세계의 이목이 이곳에 집중되고 있다. 보아오 포럼이 개최될 당시만 해도 '짝퉁 다보스 포럼'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지만 이제는 명실공히 아시아 대표 포럼으로 자리 잡았다.

보아오 포럼이 서구권 중심의 다보스 포럼에 견줄 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엇보다 매년 10%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주요 2개국(G2)으로 급부상한 중국의 역할이 컸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보아오 포럼의 태동은 지난 1998년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과 호크 전 호주 총리, 호소카와 전 일본 총리 등이 아시아 국가들의 당면 과제를 협의하는 다자 포럼을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그다음 해인 1999년 당시 후진타오 중국 국가부주석이 라모스 전 대통령과 호크 전 총리를 만나 중국 정부가 포럼을 후원하겠다고 제안하면서 보아오에서 매년 열리게 됐다.


제1차 보아오 포럼이 열리기 직전 해인 2001년 보아오에서 아시아 26개국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이 열릴 때만 해도 다자포럼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포럼 후원국인 중국의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보아오 포럼은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등 주요 과제와 방향을 대내외에 설명하는 자리로 변질된 측면이 강하다.

13회차를 맞은 올해도 각국의 주요 인사 3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시아의 새로운 미래:신성장 동력의 발굴'이라는 대주제로 3대 의제(개혁·창조혁신·지속 가능한 발전)를 놓고 총 60회에 걸쳐 토론과 회의가 진행됐지만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리커창 중국 총리의 공식 개막 연설이었다. 포럼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포럼은 지난 8일부터 시작됐고 각국의 주요 인사들도 행사 날짜를 전후해 보아오에 속속 도착했지만 정작 공식 개막식은 리커창 총리가 도착한 후 10일 기조연설을 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말해 포럼이 사실상 중국의 발표장이 됐음을 시사했다.

앞서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경제의 발전에 대한 총체적 개념과 중요한 조치들을 이번 포럼에서 소개하고 아시아 경제 일체화와 지역협력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이는 외신 등이 올 들어 끊임없이 지적하고 있는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에 대해 해명하고 아시아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뭉쳐야 한다는 당위성을 발표하는 자리가 될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실제로 리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최근 수출 부진 등 경기 둔화 우려에도 올해 성장률 목표(7.5%) 달성을 위해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올해 성장률 목표를) 7.5% 전후로 설정했다"면서 "이보다 다소 높든지, 낮든지 충분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혼란이 빚어지지 않는다면 합리적 구간에 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경제가 합리적인 구간 내에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서방과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의 성장률 둔화를 우려하고 있지만 충분한 일자리가 창출돼 사회 혼란이 빚어지지 않는다면 올해 성장률이 목표치를 하회하더라도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처럼 중국은 매년 보아오 포럼을 통해 전 세계에 중국의 현안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하고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정홍원 국무총리도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통일문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을 설명했지만 그 위상과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도 경제 규모에 걸맞은 세계에 내놓을 만한 글로벌 포럼을 준비할 때가 아닌지 묻고 싶다.

hjkim@fnnews.com 김홍재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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