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art와 함께하는 그림산책]

조각하지 않는 아름다움의 조각

김종영 '자각상'(6월 1일까지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


"이것이 길(진리)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길이 아니다(道可道非常道)." 노자는 '도덕경' 첫머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또 그와 쌍벽을 이루는 장자는 '장자' 천도편에서 "소박하면 천하에 능히 그와 아름다움을 다툴 자가 없다(樸素而天下莫能與之爭美)"고 했다.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추상조각의 선구자 김종영(1915~1982)은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최고의 덕목으로 치켜세웠던 작가다.

물체의 본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쪼고 깎는 작업을 최소화한 채 '조각하지 않는'(不刻) 아름다움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그의 작업은 노장(老莊)과 맞닿아 있다.

지금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무위의 풍경'전에는 그의 숨결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조각과 드로잉, 서예 작품이 다수 나왔다. 나무로 자신의 얼굴을 형상화한 '자각상'(1964년)에서도 나무의 나무다움을 유지한 채 억지로 군더더기를 붙이지 않으려 했던 그의 마음이 읽힌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