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P ‘넘버1’ 을 만나다]

창의적 아이디어 상품화 막힘없이 도와 드려야죠

"유명 동화 '개미와 베짱이'의 21세기 버전 들려드릴까요? 베짱이는 독특한 바이올린 연주로 높은 로열티를 받지만 개미는 힘들게 운반한 먹이로 근근이 삽니다. 창조경제 시대에 아이디어 없이 열심히 일만 해서는 부자가 될 수 없어요."

다음 달 정식 출범을 앞둔 엔젤투자사 '퓨쳐플레이'의 발명담당파트너 황성재씨(32)의 이야기다. 황씨는 카이스트 석·박사 시절 140여개의 특허를 내며 '발명왕'으로 불렸다.

황씨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첫 발명품인 '가상 손가락 기술'이다. 이 기술은 한 손가락만으로도 터치폰의 줌인.줌아웃 기능을 실행할 수 있는 기술로 국내 중소기업에 5억원의 로열티를 받고 팔았다. 이어 삼성전자에 한글입력 장치를 1억5000만원 받고 파는 등 기술수입료로 총 9억여원을 벌었다.

"대부분 학창 시절에 학교 지원을 받아 연구한 것들이라 학교에 50%를 돌려주고 연구개발 비용까지 제하면 실제로 손에 쥔 건 3억여원이에요. 돈보다는 제가 만든 걸 인정받았다는 게 훨씬 기뻤죠."

그가 취득한 특허 대부분이 스마트폰과 컴퓨터 관련기술이라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러브콜이 빗발쳤다고 한다. 이런 그가 백지수표 연봉까지 마다하며 퓨쳐플레이에 합류한 이유는 뭘까.

"제가 취득한 특허 중 40여개가 기업에 팔렸지만 실제로 상품화된 건 드물어요. 기업들이 앞으로 있을 특허소송이나 기술침해에 대비해 보유해두는 것뿐이죠. 애써 만든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퓨처플레이에서 그의 역할은 많은 발명가를 양성하고 이들의 아이디어가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유능한 발명가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법률, 회계 등의 전문인력도 따로 운영한다. 연봉은 물론 특허에 대한 지분구조도 철저히 발명가 입장에서 설계했다.

"컴퓨터가 워낙 발달해 어지간한 일들은 컴퓨터가 사람보다 잘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컴퓨터보다 나은 것은 딱 하나, 창의력이죠. 창의력은 끊임없이 미래를 상상하는 과정에서 길러집니다."

뼛속까지 발명가인 그를 타고난 엘리트로 보는 시선이 많지만 실은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다. 고등학교 성적표에는 양, 가가 넘쳐났고 전교 꼴찌도 자주 했다. 꼴찌답지 않게 자신감 있고 유머러스한 덕에 친구들로부터 인기가 많았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주눅 들지 않고 살았던 건 어머니가 단 한번도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하지 않으셨기 때문인 거 같아요. 우등생이었던 누나들과 비교도 하지 않으셨고요."

발명에 입문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로 첫 작품은 '낭비 방지 휴지걸이'다. 휴지를 일정 롤 이상 사용하면 덮개가 내려와 자동으로 끊게 한 기술로 발명 경진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은 것이다. 이 일로 그는 난생 처음 '남에게 인정받는 느낌'을 알았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그는 대학에 진학한 뒤 무섭게 공부했고 카이스트 대학원에 진학한 뒤엔 자타공인 발명왕으로 등극했다.

"으레 장래 희망을 말할 때 교수, 의사처럼 직업을 이야기하잖아요. 저는 단 한번도 직업을 꿈으로 정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만든 기술로 더 많은 사람이 편한 미래를 보냈으면 하는 게 바람입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