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금융사고 날 때마다 규제 만들건가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6 18:11

수정 2014.10.28 07:13

[데스크칼럼] 금융사고 날 때마다 규제 만들건가

정부의 규제개혁 작업에 힘입어 금융권도 '손톱 밑 가시 뽑기'가 한창이다. 금융위원회는 법령 규제뿐 아니라 숨은 규제도 개선하기 위해 금융회사, 중소벤처기업, 일반 금융수요자의 목소리를 듣는 'e-금융민원센터'를 설치키로 했다. 금융위는 이렇게 찾아낸 숨어있는 규제를 6월 말까지 개선해 현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최근 금융당국의 움직임을 보면 '전광석화(電光石火)'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신속하다. 그만큼 민간시장의 요구도 많고, 당국의 의지도 강하다.

하지만 규제완화 노력에도 최근 금융사고가 연이어 일어나면서 신설되는 규제도 많아지고 있다.
문제는 꼭 필요한 규제가 아니라 사고가 터진 뒤에 충분한 검토 없이 만들어진 규제가 상당수라는 것이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5일 시중은행장들을 모아놓고 얘기했던 문제은행에 대한 검사역 상주 발언이 대표적이다.

물론 잦은 사고를 일으키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은행에 대해 강력한 경고의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검사역이 상주할 경우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은행 관계자는 "검사역이 상주하게 되면 은행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인상을 외부에 줄 수 있고, 내부적으로는 아무래도 검사역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경영자율성 침해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즐겨 쓰는 카드인 '구두지도' 역시 숨어 있는 규제다. 사고가 터지면 금융당국에서 시중은행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협조를 당부하는 모양새지만 실질적으로는 '시중은행 길들이기'에 가깝다는 평가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 같은 점을 의식,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금융시스템과 관련된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구두지도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금융 중수부로 불리는 금감원 기획검사국 신설도 금융권으로서는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대형 금융사고를 전담할 기획검사국은 내부통제가 지켜지지 않아 큰 사고를 낸 경우 금감원장의 특명검사를 통해 밝혀내고 기관과 경영진을 중징계하는 역할을 한다는 취지지만, 기존 금감원의 검사제도가 있어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에서는 금융산업은 기본적으로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규제는 당연히 있어야 하고, 특히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사전에 막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발표된 여러 가지 조치도 이런 의미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설명에도 금융권에서는 '사고가 터질 때마다 슬그머니 새로운 규제가 생겨난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금융권의 요구가 모두 맞는 것은 아니지만 중복되거나 금융권 길들이기 차원의 규제는 과감하게 없애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규제를 만들기보다는 기존 제도를 개선해서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금융산업은 규제산업'이라는 말도 이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shin@fnnews.com 신홍범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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