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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도쿄 대학생의 벤처 열기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8 17:32

수정 2014.10.28 06:11

[월드리포트] 도쿄 대학생의 벤처 열기

도쿄대학교는 일본에서 가장 들어가기 힘든 대학이다. 한국으로 친다면 서울대학교에 해당한다. 도쿄대 졸업생들은 주로 대형은행과 종합상사, 외국계 기업에 많이 취업하지만 최근에는 규모는 작지만 특색 있는 벤처 기업을 선택하고 자기 스스로 기업을 만드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2008년 리먼 사태로 은행이 잇달아 파산해 도쿄대학을 졸업한 우수한 직원도 갑자기 해고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빠르게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디엔에이(DeNA), 구리(GREE), 사이버에이전트(cyberagent)와 같은 큰 벤처기업 3개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DeNA는 올해 봄 도쿄대학의 학부 및 대학원생 총 28명을 신규 채용해 인기 기업이 됐다. 같은 수의 도쿄대학생이 취업한 업체는 도요타자동차와 공영방송 NHK, 라쿠텐 등과 같은 초일류기업뿐이다.


DeNA는 스마트폰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이지만 모바일 광고와 소셜 게임 등 새로운 사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학생들은 풍부한 자금을 사용하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신고산케(新御三家, 어떤 분야에서 가장 유력하고 인기 있는 3자) 중에서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곳이 사이버에이전트이다. 블로그 사업과 인터넷 광고 대리점 사업을 하는 업체다. 후지타 스스무 사장은 평소 '새로운 일본식 경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조화를 중시하는 기업 풍토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다.

도쿄대 학생이 만들어내는 벤처기업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유글레나는 해조류의 일종인 연두벌레에 주목해 야외 대량 인공 배양을 성공시켜 실용화의 길을 열었다. 사장인 이즈모 미쓰루는 도쿄대학 1학년 때 여행한 방글라데시에서 영양 실조에 걸린 아이들을 많이 봤다. "어떻게든 아이들의 영양실조를 없애고 싶다"고 생각하고 찾아 다닌 끝에 발견한 것이 연두벌레였다.

연두벌레는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의 일종으로 식물과 동물의 성분을 모두 가지고 있고 비타민류 아미노산 등 59 종류의 풍부한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성장하는 특징도 있다.

연두벌레를 사용한 영양보조식품과 화장품 등을 제조 판매해 회사의 주가는 최근 급등하고 있다.

물론 성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2월 도쿄대학의 벤처기업으로 알려진 스마트 솔라 인터내셔널(미야기현 센다이)이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2009년 8월 태양광 발전전문가를 고문으로 초빙, 도쿄대학이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세운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의 프로젝트로서 태양광발전시스템의 개발에 종사하고 있었다. 벤처 캐피털과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고 정부의 벤처기업지원제도 및 정부계 금융기관에서 2억엔(약 202억원)을 빌렸다. 2011년 3월에는 미야기현 오사카에 공장을 설립하고 2012년 1 월부터 집광형 모듈 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예상했던 만큼 매출이 일어나지 못하면서 적자가 늘어났다.

실패는 있었지만 그래도 도쿄대학생들의 벤처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일본의 대기업은 세계를 리드하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소니가 그 전형적인 예다. 아이폰을 만드는 미국 애플에 크게 뒤처져 경영 개선에 직면해 있다.

영국의 한 비즈니스 스쿨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68개국 중 일본은 벤처 활동이 기장 낮은 국가로 선정됐다. 일본 기업의 특징이었던 '종신고용제'도 흔들리고 있다.
대기업이 갑자기 경영이 악화되고 도산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체력과 지력에 자신이 있을 때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일 것이다.
세상의 평가가 높은 도쿄대 학생들이기에 가능한 모험일지도 모른다.

gomi42@fnnews.com 고미 요지 도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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