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살아남은 자의 슬픔’ 에 관심을

윤휘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20 16:15

수정 2014.10.28 05:49

[데스크칼럼] ‘살아남은 자의 슬픔’ 에 관심을


정말 어처구니가 없고 화가 난다. 지난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사고가 난 여객선 '세월호' 참사 뉴스를 보고 있으면 이것이 진정 2014년 대한민국의 모습인지 믿어지지 않는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며, 우주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릴 정도로 과학기술이 발달했다며, 동남아와 아프리카에 원조를 하고 있다며 마치 선진국인 양 허세를 부렸던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번 세월호의 사고 발생에서부터 수습과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어이가 없다. 전형적인 후진국 그 자체다.

선박을 책임져야 할 선장과 선원들에게는 서비스정신이나 직업윤리, 책임감이 어디에도 없었다.

이런 무책임한 어른들의 안일한 행동 때문에 수백명의 꽃다운 학생들이 우리 곁에서 사라져버렸다. 사고 이후에는 사고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책임자들 때문에 피해규모가 커졌다. 행정기관과 경찰과 민간이 제각기 행동하면서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최첨단 이동통신 강국이라고 했지만 재난재해에 대비해 통일된 지휘명령을 주고받을 통신망도 없었고 정부와 민간이 효율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재난망 역시 없었다.

반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도저히 장난이라고 넘기기 힘들 정도의 댓글과 사기가 삽시간에 전국에 퍼져가고 있다. 세월호에 갇힌 학생들을 가장한 거짓 게시물에서부터 사고현장을 보여주겠다는 글로 금융사기를 유도하는 피싱이 등장해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 어제는 자식들의 생사 때문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애를 태우는 부모들에게 접근해 1억원을 주면 아이를 구해주겠다는 사기꾼까지 나타났다는 소식까지 들렸다.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지금도 걱정이지만 앞으로도 걱정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참사 이후 사후조치에 대한 대응이 미숙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처럼 신체뿐 아니라 정신까지 커다란 충격을 받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로 불안장애를 겪는 사람들을 치유할 전문기관이나 인력도 부족할뿐더러 이들을 보듬을 법적, 제도적 환경도 후진국 수준이다.

당장은 사고를 당한 학생들에게 심리치료를 해준다고 하지만 이런 단순 처방으로는 근본적인 치유가 될 수 없다. 최근 심리상담을 하는 지인으로부터 실제로 들은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어보면 희생자들에게 주위사람들의 더욱 깊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진도체육관에서 자식들이 살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애를 태우는 부모들도 안타깝지만, 이분들이 사고현장에 가느라 남겨진 집안도 걱정이다. 심리상담사들이 집에 홀로 남겨진 가족을 보살펴주고 있는데 어떤 가정에는 어린아이만 혼자 있는데 하루종일 이 아이와 무엇을 얘기해야 할지, 부모와 형에 대해 물어보는데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이와 즐겁게 있을 수도 없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있을 수도 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곤혹스럽다."

옛말에 부모가 돌아가시면 양지바른 곳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 깊은 곳에 묻는다는 말이 있다.

이번 참사로 희생된 부모들은 평생을 가슴속에 자식들을 묻고 살아갈 것이다. 이번 사고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학생들이나, 주위 사람들도 커다란 충격을 안고 살아갈 것이다.
사고의 아픈 기억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분들에게 더 이상의 아픔을 드려서는 안 될 것이다.

yhj@fnnews.com 윤휘종 정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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