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나부터 되돌아봐야 할 때다

임정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21 16:45

수정 2014.10.28 05:24

[데스크칼럼] 나부터 되돌아봐야 할 때다

슬픔과 비통함이 나라를 온통 뒤덮은 느낌이다. 국민들의 눈과 눈엔 눈물이 가득하고 입술은 울음을 삼키느라 온통 깨물어 터졌다. 수백명의 어린 생명을 진도 앞바다에 수장시킨 지금 대한민국의 하늘은 온통 잿빛이다. 막 잠을 깨 신록으로 세상을 장식하던 봄조차 숨을 죽이고 납작 엎드렸다.

이 큰 슬픔 앞에 감히 고개를 뻣뻣이 쳐들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웃음은 우리의 것이 아니고 노래도 우리의 것이 아니다.

세월호 침몰사고는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외국이나 먼 대양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작은 섬이 바로 코앞에 바라다보이는 우리 앞바다에서 벌어진 일이다. 우리 배, 우리 사람에 의해, 우리의 법과 시스템 안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럴진대 남의 일이 될 수 없다. 바로 우리의 일이고 나의 일일 수밖에 없다. 내가 바로 사고 당사자이고 내가 사고를 낸 사람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시스템이 병들어 있는 한, 그 안에 내가 살고 있는 한 내가 언제 사고를 당할지, 언제 사고를 칠지 모를 일이다. 이 틀 안에 살면서 틀을 벗어나기 어려운 까닭이다.

그러면 누가 이 병들고 썩은 시스템을 만들었는가. 매뉴얼 무시하길 밥먹듯 하고, 큰 재난을 당해도 반성과 대비는 그때뿐이고, 만일의 사고에 대한 대비와 투자보다 눈앞의 돈에만 눈이 팔려 있고, 수많은 생명을 책임진 사람들이 자신의 안위 챙기느라 그 많은 생명들을 쉽사리 내팽개치고, 내 사정과 내 감정 앞세워 남의 사정과 감정은 짓뭉개고, 국가적 필요와 위기를 이용해 내 개인 이익부터 챙기는 이 썩은 시스템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 차곡차곡 쌓인 것이 아니던가. 그 범인은 바로 나 자신, 우리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아니던가.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는가.

그러하기에 지금은 우리 모두가 마음을 찢어야 할 때다. 나 자신을 낮추고 돌아봐야 할 때다. 삿대질하고 남의 탓 늘어놓을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다. 정부에 무한책임을 물어댈 때도 아니다. 바로 병든 나 자신, 병든 내 마음, 병든 내 행동을 돌아봐야 할 때다. 뉘우치고 돌이켜야 할 때다. 정부도, 정치인도, 언론도, 기업도….

일이 터질 때마다 늘 나는 빠지고 너를 탓해왔기에, 이런 일은 반복되고 시스템은 썩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그것은 '나 자신'의 개혁에서 시작돼야 한다.

우리는 이번에 잃은 귀한 생명들의 죽음을 헛되이 할 수 없다. 또다시 나는 빠지고 남 탓 늘어놓기에 골몰한다면 우리에겐 희망이 없다.
사고를 낸 회사 관계자들의 잘못으로만 치부하고 넘어간다면 이런 기막힌 재난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국가와 민족을 파괴하는 반역이나 마찬가지다.


내 생명보다 내 이익보다 국가와 민족이 더 소중하고 앞선다는 것, 생명은 그 어떤 것보다 가치있고 우선된다는 것, 그래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 모두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준수할 건 분명히 지키고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할 때다.

lim648@fnnews.com 임정효 산업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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