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공 많아도 노하우를 살린다면

최근 가전업계에서는 위니아만도 매각이 이슈로 떠오른 바 있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CVC가 KG그룹으로 지분 100%를 넘기는 데 합의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 산업계에서 인수합병(M&A)이야 비일비재하고 사모펀드가 '이익 추구'에 누구보다 충실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곳에서 반대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매각 추진 과정에서 위니아만도가 철저하게 배제됐고 직원들이 이를 문제삼았다.

엄연히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최대주주가 있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수십년간 몸담아 온 회사의 주인이 하루아침에 바뀐다는 사실에 직원들의 동요는 매우 클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인수자에 대한 불신마저 커지면서 급기야 직원들은 총파업에 들어갔고 결과적으로 매각은 '없던 일'이 됐다.

위니아만도 사태를 보면서 최근 동부그룹 계열사 매각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매각 당사자인 동부그룹은 사실상 배제된 채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쥐락펴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위니아만도와 동부그룹 상황을 동일선상에 놓기는 쉽지 않다. 구조조정을 초래한 근본적 책임이 동부그룹에도 있다는 점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근본적으로 기업 정상화에 가장 큰 목적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단순히 계열사를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아닌, 가장 합리적 방법을 통해 매각에 따른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기 때문이다.

자연히 회사와 시장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해당 기업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동부그룹이 매각의 키를 쥐고 좌지우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이다.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채권단, 금융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원활한 소통을 통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옛말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다. 여러 사람이 저마다 제 주장대로 배를 몰려고 하면 결국에는 배가 물로 못 가고 산으로 올라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사공들이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힘을 합친다면 배는 '순풍에 돛을 단 듯' 더욱 순조롭고 빠르게 목표하는 곳에 도착할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