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사물인터넷 시대, 보안 등 대비책 마련을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24 17:08

수정 2014.10.28 04:04

[특별기고] 사물인터넷 시대, 보안 등 대비책 마련을

악성코드가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통해 자동차 전자제어장치(ECU)를 해킹한다. 해킹된 자동차는 낭떠러지 앞에서 속도를 높이더니 자동차에 태워진 시체와 함께 추락한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살인사건은 교통사고로 둔갑하게 된다. 2년 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유령'에 나오는 장면이다. 해킹을 통한 영향력이 단순히 작은 모니터 화면 안에서 벗어나 우리 생활에 밀접한 환경에까지 직접적으로 관여하게 된 것이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것은 공상에 좀 더 가까웠지만 지금은 사물인터넷(IoT)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현실이 돼 우리 일상생활에까지 위협이 되고 있다.


사물인터넷은 'Internet of Things', 즉 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사물을 연결해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의 정보를 상호 소통하는 지능형 기술 및 서비스를 의미한다. 인터넷 기술의 인터넷 선이 연결된 컴퓨터와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물에도 인터넷 기능을 탑재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전 세계 사물인터넷 시장이 2013년 총 3000억달러 규모에서 2020년엔 총 1조9000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 수도 2013년 26억개에서 2020년 260억개로 10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위의 모든 사물이 인터넷 기반에서 연결되고 소통하는 사물인터넷 시대, 우리는 이렇게 장밋빛 미래만 기대하고 있으면 되는 것일까? 사물인터넷에 열광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드라마 '유령' 속 낭떠러지로 떨어진 자동차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사물인터넷은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현재의 인터넷 환경보다 상당히 광범위하다. 컴퓨터, 휴대폰, TV 등은 물론이고 앞서 드라마에서 언급했던 자동차, 스마트홈, 의료장비, 정유시설, 웨어러블 기기까지 말 그대로 주위의 모든 사물이 사물인터넷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물인터넷 보안 취약점으로 인한 위협 발생 시 그 피해는 현재의 인터넷 해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급력이 클 수 있다.

자동차 해킹을 통해 속도조절기기, 브레이크, 핸들을 마음대로 조작하고 스마트홈의 각종 가전제품 기능을 정지시키며 의료장비를 해킹해 환자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유시설이 해킹될 경우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물인터넷 환경의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는 바로 '보안'이라는 단어로 귀결돼야 한다. 그래서 사물인터넷 보안을 위한 기업과 정부 그리고 개개인의 인식 변화와 이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하는 기업들은 제품을 최초 기획하는 단계부터 시장 확대 및 이익 창출이 아닌 보안성 확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국가의 경우 사물인터넷 보안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구축해 시장에 제시하고 그 가이드라인에 근거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나가야 한다. 개인의 경우 사물인터넷 관련 제품의 선택기준으로 높은 보안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등 사물인터넷 보안위협의 심각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사물인터넷 환경에서 소를 잃는다는 것은 외양간을 고칠 여력조차 남지 않을 정도로 큰 피해와 사회적 파장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 주위의 모든 기기가 인터넷을 통해 상호 작용하는 사물인터넷 시대에서만큼은 소 잃기 전에 외양간부터 제대로 만드는 인식의 전환과 실제적인 대비책 마련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이순형 라온시큐어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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