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 나라 ‘어른’은 없다

몰랐던 게 아니다. 기자를 꿈꿨을 때도, 선택하게 됐을 때도 알고 있었다. 밝고 맑은 세상보단 어둡고 탁한 사회를 자주 접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서도, 선배를 통해서도 충분히 생각했었다.

그리고 수많은 사건사고를 겪었다. 연천 GOP 수류탄, 법조 비리, 노무현 대통령 서거. 보람찰 때도 있었고 힘든 경우도 상당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상상도 못했고 할 수도 없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든, 직업인으로서든 마찬가지다.

감당하기 힘든 일이 이 땅에서 벌어졌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전남 진도 연안에서 '세월호'가 차가운 바닷속에 가라앉았다. 안산 단원고 학생 등을 포함해 476명이 타고 있던 여객선이었다.

예고된 참사였다. 선박은 곳곳에서 문제투성이였고 안전검사는 허술했으며 관리도 부실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잘못된 여행이었다.

사고가 나자,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은 제 살길 찾기에 바빴다. 최소한의 구조 활동은커녕 승객들에게 대피 명령조차 내리지 않았다. 진도 교통관제센터와 통신에서 "탈출하면 구조될 수 있느냐"는 물음도 승객들이 아니라 자신들이 주체였다. 결국 안전 확보가 확인되는 순간, 자신들만 아는 길로 달아났고 승객들을 버렸다. "선실에서 머무르는 게 안전하다"며 끝까지 승객을 배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침몰 순간, 그 후 정부부처 공무원들도 제 한 자리 지키는 데 정신이 없었다. 꽃다운 청춘들의 생사가 오가는 순간에도 절차를 따졌고 '책임을 누가 지느냐'가 중요했다. 외국 지원, 민간 잠수부 등 실종자 가족이나 국민들의 의견은 귀에 들리지 않았다. 고집과 아집만 부렸다.

그러곤 문제가 커지자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그나마 현장과 세종시에 남아있던 공무원들도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전부 모르는 일이고 자기의 업무가 아니었다. 현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거나 라면을 먹는 '비상식적' 행동도 아무렇지 않게 하기도 했다.

어른들이다. 바로 이 나라 어른의 모습이다. 아니, 그냥 '성인'이 정확한 표현일지 모른다. 부끄러운 '나이 먹은 인간'이다.

'어른'은 없다.

24일 오후 4시 현재 아직 실종자 131명이 맹골수도의 어둠 아래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어른들 말씀을 잘 듣는 너무나 착한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