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시중은행장들과의 만남의 횟수를 줄이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A시중은행장은 "소통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을 보냈다.
이 총재는 지난 18일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시중은행장들에게 내달 정례적으로 가졌던 회의를 격월제로 개최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매달 셋째 주 금요일에 갖던 금융협의회를 앞으로 홀수달에만 열기로 한 것.
그동안 금융협의회는 한은 총재와 시중은행장들이 만날 기회는 많지 않은 상황에서 중앙은행과 은행 간의 유일한 '소통의 창구'로 여겨져왔다. 한은 총재 후보자로 지목된 후 줄곧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해왔던 이 총재였기에 시중은행장들과의 첫 상견례자리였던 지난 금융협의회에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었다.
특히 인사청문회에서 "소통을 통해 경제주체의 기대형성을 유도하고 그 결과를 점검해 정책방향을 조정해 나가는 피드백 과정을 충실히 거치겠다"는 발언을 했던 이 총재에 대한 은행권의 기대감은 한껏 높아져있었다.
한은은 회의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은행장들의 편의성을 고려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취임 1달도 채 안된 시점에서 내놓은 이 총재의 결정에 대해 금융권 일각에서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시장 최전선에서 국민들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은행권과의 소통을 줄이면서 어떻게 국민경제의 관점에서 정책을 운용할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B시중은행장은 "요즘같이 금융시장이 급변하는 시기에 회의를 늘리기 보다 오히려 줄이는 행보에서 이미 은행권의 의견을 들을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금융협의회는 박승 전 총재 재임기간인 지난 2002년 5월부터 일부 특정달을 제외하고는 매달 진행해 왔을 만큰 한은의 중요한 정례회의로 자리매김했다. 통화정책을 펼치는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인 한은 총재가 금융시장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은행권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10여 년의 역사를 지닌 금융협의회가 축소되는 대신 실효성이 한층 더 강화된 금융협의회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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