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대기업 눈치에 입 다문 코스닥

12월 결산법인 상장사들의 사업보고서 제출이 마감되고 어느덧 2014년도 1.4분기 어닝시즌(기업실적 발표시기)이다.

기업들은 지난해 사업운영에 대한 결과와 재무구조에 대한 회계법인의 깐깐한 검사와 평가를 마친 때여서 첫 분기 성적표에 대한 기대와 포부가 높은 시기다. 신사업 추진과 주력 캐시카우(수익원 창출) 사업 확장에 따른 첫 결과물이 나오는 시점이어서 털어놓을 이야기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투자자, 특히 개인투자자들에게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코스닥 상장기업이 더하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대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다.

최근 지난해 스마트폰 사업 부문에서 실적 성장과 주가 급등, 재무개선 등의 삼박자를 갖춘 코스닥기업에 최고경영자(CEO) 인터뷰를 요청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해당 회사는 "절대 못한다. 올해 사업 계획과 실적, 수주 등 그 어떤 항목도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강하게 거절했다.

고객사인 대기업의 잇따른 경고(?)와 항의가 원인이다.

해당 코스닥 업체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 둔화 여파도 있겠지만 좋은 실적과 사업적 성과가 언론에 보도되면 고객사인 해당 대기업 과장이 수십년째 회사를 운영한 회장에게 직접 전화해 따지는 경우도 있다.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는 상황이지만, 당장 밥줄이 끊길 수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또한 현재 의무공시 요건인 매출액 대비 10% 이상 수주를 달성하지 못한 코스닥 기업들은 대부분 이를 알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투자 규모와 장비 계약건을 밝히게 되면 경쟁사들이 어떤 시점에 어느 정도 규모로 투자하는 것이 노출돼 고객사가 이를 미리 입막음 시킨 것이다.

실제 코스닥 기업 중에서는 절반 이상의 매출을 한 대기업에서 올리는 곳이 많다.

지난해 코스닥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스닥에 상장된 수급기업(타기업의 주문을 받아 제품을 생산·납품하는 기업)의 2011년 매출 의존도는 82.5%를 기록했다. 2009년(76.7%), 2010년(81.2%)에 이어 늘고 있다. 대기업인 완제품 제조사가 최대 구매자인 동시에 주요 거래처이기 때문에 이곳과 거래가 끊긴 중소기업은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 같은 코스닥기업의 실적과 주요 정보는 기관투자가들에게만 한정돼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공시정보 담당자와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의 검은 유착관계가 생겨난 것도 이와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강자에게만 고개를 숙이는 논리에 알 권리를 잃는 것은 언제나 개인투자자들뿐이다.

kiduk@fnnews.com 김기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