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획검사국, 금감원의 중수부?

말은 단어로 구성된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구성된 말(또는 문장)이라도 그 속에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단어가 포함되면 사람들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말이 세계를 보는 '생각의 틀'을 결정 짓는다"던 세계적인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 박사는 그래서 "문제는 말(언어)이다"라고 역설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강조하는 말이 있다. 지난 18일 조직개편으로 신설된 기획검사국의 첫 번째 임무다.

전 국민이 애도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기획검사국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와 청해진해운 계열사에 돈을 빌려준 모든 금융회사를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은행권 부실 대출 검사와 유 전 회장 일가 등에 대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조사 등을 최근 기획검사국에 이관하며 신설된 조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기획검사국은 신설 전부터 금융권의 최대 관심사였다. 금융감독원장의 직접 지시를 받아 대형 금융사고 조사를 전담하고 은행·보험·증권·카드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 금융사에 대한 검사권을 휘두를 기획검사국의 탄생에 금융기관은 바짝 긴장했다. 그렇게 쏠린 눈이 많은 기획검사국에 빠지지 않는 고정 수식어가 생겼다. '금융권 중수부.'

과거 대검찰청에는 검찰총장의 지시를 받아 권력형 비리 사건을 전담하던 중앙수사부(중수부)가 있었다. 대검 중수부는 주로 고위 관료, 정치인, 기업 총수 등 굵직한 사건을 담당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등을 중수부에서 수사했다.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던 중수부는 현재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검찰개혁심의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문을 닫은 것이다.

중수부는 결국 표적 수사, 정치 검찰 등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과 함께 사람들의 기억 속에만 남게 됐다.

그렇게 폐기처분된 '중수부'라는 단어가 금융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금감원은 이제 막 신설된 내부조직에 '중수부'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붙는 것이 불편하지 않은 듯하다.

실제 이번 조직개편을 발표할 당시 금감원 한 관계자는 "기획검사국은 금감원의 중앙수사부와 같은 조직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대검 중수부가 조직내 차지했던 위상만 생각하고 부정적인 인식은 간과한 발언이다. 기획검사국의 탄생을 금감원 밖에서는 어떤 '생각의 틀'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