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어느 목사님의 기도

김승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30 17:49

수정 2014.10.28 02:06

[데스크칼럼] 어느 목사님의 기도

#. "세월호가 침몰했습니다. 침몰 사고 전날 군에 입대한 아들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바다 속에 갇힌 아이들 생각에 납덩이 같은 통증이 가슴을 짓눌렀습니다.…(중략)…승객의 안전과 구조에는 전혀 마음을 두지 않고, 오직 자신만 살려고 했던 세월호 선장은 세월호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세월호 선장은 생명존중 시스템을 무시한 우리 모두가 만들어낸 인물입니다.…(중략)…그래서 생명 존중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일은 사회적 비용과 합의가 필요합니다.…(중략)…누군가 생명과 안전의 가치관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앞장서서 시작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목사님이 어릴 적 함께 다닌 교회 선후배들에게 보낸 기도입니다. 그 기도문을 읽고 목사님에게 질문했습니다. 왜 한국에는 생명 존중 시스템이 없을까요.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등 매번 되풀이되는 참사를 겪은 정부는 그간 무엇을 했죠. 돌아온 답은 "인재(人災)이자 관재(官災)인 세월호 침몰 사건만 봐도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습니다. 즉 정부의 무관심과 무사안일 때문이라는 거죠. 여기엔 그들만의 세상 구축에만 몰두했던 '관피아(관료+마피아)'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었죠.

#. 마피아는 본래 프랑스 사람들에 대한 시칠리아 사람들의 저항운동을 뜻한답니다. "프랑스 사람을 죽여라. 이것은 이탈리아의 절규다.(Morte Alla Francia, Italia Anela)"의 머리글자만 따서 모으면 마피아(Mafia)가 됩니다. 이것이 엉뚱하게도 시칠리아에서 생긴 갱조직(조직폭력배)의 이름으로 쓰이게 된 것입니다. 반문명적인 갱조직이 문명 사회와 공존하기 위해 마피아란 이름을 은근슬쩍 빌려다 자기 것으로 만든 것입니다. 정말 아이러니합니다. 마피아는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미국·러시아에도 있습니다. 일본엔 야쿠자, 중국은 삼합회(三合會)란 이름으로 활개를 치고 있지요. 이들은 사회와 타협하면서 몹쓸 세균을 배양했습니다. 실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선 관광객 상대의 범죄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도박장을 운영하는 마피아가 강도 등으로 인해 관광객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치안에 앞장섰기 때문이죠, 야쿠자는 근대 제국주의 시대에 정계·군부와 결탁해 반체제세력을 탄압하는 데 동원되기도 했죠.

#. 지금 한국은 규제의 칼로 무장한 관피아 세상입니다. 그들은 관료들도 지킬 수 없는 엉터리 규제를 잔뜩 만들어놓고 퇴임 후 협회 등으로 내려가 그 규제들을 활용해 호의호식하고 있죠. 관피아의 산하 조직(?)도 엄청납니다. 모피아(기획재정부·금융위+마피아), 금피아(금감원+마피아), 산피아(산업부+마피아), 국피아(국토부+마피아), 해피아(해수부+마피아) 조피아 (조달청+마피아) 등.

한국 관피아의 역사는 지난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신군부가 집권했던 시절, 육법당(陸法黨)이라는 말이 유행했죠. 집권당은 민정당이었지만 실질적인 권력은 육사 출신과 서울대 법대 출신들이 독과점하고 있었던 것을 빗댄 유행어죠. 그후 한국의 권력과 이권은 권피아로 넘어갔죠. 한국 특유의 고질로 정착했고, 수십년 동안 한국사회에서 힘을 뽐내고 있습니다. 이젠 국민의 힘으로 관피아를 한국사회에서 퇴출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세월호 참사로 인해 하늘나라로 간 단원고 친구들과 우리 이웃들이 편안하게 잠들 것입니다.

sejkim@fnnews.com 김승중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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