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참사] 업무상과실치사 ‘공범’ 누구까지 적용되나

뉴스1

입력 2014.05.01 15:14

수정 2014.05.01 15:14

[세월호 참사] 업무상과실치사 ‘공범’ 누구까지 적용되나


[세월호 참사] 업무상과실치사 ‘공범’ 누구까지 적용되나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참사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누구에게까지 물을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현재까지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문제들은 ▲화물 과적과 ▲무리한 증축으로 인한 복원력 저하 ▲선체 결함 등이다.

현재 이와 관련해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 해운은 물론 세월호 관리·감독을 맡았던 한국해운조합·한국선급의 책임이 거론되고 있다.

검찰은 선박 검사·인증을 맡고 있는 한국선급이 세월호의 무리한 증축과 구조변경, 복원력 저하 등 선체결함 등에 대한 검사를 소홀히 한 것이 아닌지, 출항 전 안전점검을 맡고 있는 해운조합이 화물 과적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실제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출항 전 점검보고서에 탑승 인원, 화물 적재량 등을 잘못 적었지만 해운조합 인천지부 소속 운항관리자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한국선급·해운조합에 검사·관리를 맡긴 해양수산부·해양경찰청 등의 책임도 함께 거론되면서 이들 기관도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태다.
과거 성수대교 참사 때에는 공사 발주 관청의 공사감독 공무원에게도 업무상 과실 치사상 혐의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

즉 이제까지 대법원은 각종 대형참사 관련 판결에서 관리·감독 부실이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드러났다면 공무원을 포함한 관리·감독 기관들까지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공범으로 처벌해 왔다.

즉 이번 사고에 있어서도 이들 기관의 관리·감독 부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들에 대해서도 세월호 참사의 직접 책임을 물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

다만 이번 사고에 있어 해양수산부나 해양경찰청의 관리·감독 부실을 어느 정도 인정해서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관련 수사의 추이를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 성수대교·삼풍 사고 때 공범 인정…학설은 나뉘어

관리·감독 부실을 이유로 정부 기관 및 공무원에게까지 직접 업무상 과실치사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우선 ‘과실범의 공동정범’이 인정돼야 한다.

이는 말 그대로 과실범에도 공범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으로 학계의 다수 학자들은 ‘과실범의 공동정범’ 이론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형법상 공범이 인정되려면 “함께 행동하겠다”는 결의가 필요한데 과실범의 경우 “공동으로 과실을 저지르겠다”는 결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근거다.

그러나 과실범의 공범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대형참사가 발생했을 때 처벌의 공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등 대형참사의 경우 관리·감독 주체의 과실도 참사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다수 학설을 따를 경우 이들에게는 ‘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직접적으로 ‘참사’를 일으킨 주범이 없다면 누구에게도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대법원은 줄곧 “고의범이나 과실범을 불문하고 의사의 연락이 있다면 모두 공범이 될 수 있다”며 관리 감독 기관 등에 대해서도 공동 책임을 부과하는 판결을 내려오고 있다.

◇우선 한국선급·한국해운조합에 참사 책임 물을 수 있나

‘과실범의 공동정범’이 인정될 경우 현재까지 업무상 과실치사의 공범으로 기소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은 선사 청해진해운의 간부와 직원들이다.

세월호 침몰사고를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지난달 30일 선사 청해진해운의 간부와 직원 등 2명을 체포했다.

합수부가 이들에게 적용한 혐의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으로 합수부는 “청해진해운이 (과적과 관련된) 우려를 묵살했다”는 선원의 진술을 확보했다.

또 한국선급·한국해운조합의 관리·감독 부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관련 업무를 맡았던 담당자에 대해서도 역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직접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법원은 삼풍백화점 참사 당시 “건축계획의 수립·건축설계·건축공사공정·건물 완공 후 유지관리 등에 있어서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인정하면서 관련자들 대부분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한 바 있다.

또 78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던 구포역 열차 참사에서는 협의 없이 공사를 진행해 선로 침하를 발생시켰던 건설회사 현장소장들에게까지 업무상 과실기차전복,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인정하기도 했다.

◇관리·감독 부실이 참사에 영향 미쳤는지 규명이 ‘관건’

다만 한국선급·한국해운조합의 관련 업무 담당자들에게까지 참사의 직접 책임을 물으려면 이들의 관리·감독 부실이 세월호 침몰에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성수대교 참사 당시 “각 시공 단계별로 과실이 그것만으로는 붕괴원인이 되지 못한다 해도 합쳐지면 교량이 붕괴된다는 점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과실이 교량붕괴의 원인이 되지 못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동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수도권 지역의 한 변호사는 “관리·감독 부실이 세월호 참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참사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라며 “성수대교 등 사건에서는 과실들이 합쳐져 결국 참사가 일어난 것이라는 점이 인정돼 책임을 물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세월호의 실제 선주로 거론되고 있는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에게까지 참사의 직접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공범이 인정되려면 유 회장의 과실도 입증돼야 한다”며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는 유 회장이 세월호 관리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 과실 자체를 입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공무원들에게 과실치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도 관리·감독 의무와 참사 사이에 포괄적인 인과관계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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