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기능성 식품에 각별한 주의를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08 17:35

수정 2014.10.28 00:31

[특별기고] 기능성 식품에 각별한 주의를

최근 지인의 집을 방문했다가 이른바 건강에 좋다는 것들이 가득 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지인의 말에 따르면 대부분 가족·친지 등 주변 사람들로부터 선물받은 것으로 합치면 종류도 대여섯 가지인 데다 양도 많아 작년 어버이날에 선물받은 것을 요즘에서야 먹는다고 한다.

건강과 관련해 기능성을 표방하는 식품이 넘치다 보니 이를 무분별하게 섭취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앞서 소개한 지인의 경우에도 서너 가지를 매일 섭취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유통기한이 꽤 지난 것도 있었는데 당사자는 '몸에 좋다는 것인데다 약도 아닌데 큰 탈이야 있겠느냐'는 식으로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건강과 관련해 기능성을 표방하는 식품 중에는 효능을 허위·과장하거나 오히려 건강에 해로운 것도 상당수다.
또한 과학적 근거에 따라 기능을 인정받은 것이라도 오·남용은 금물이다. 특정 성분을 고농축으로 함유하고 있거나 여러 가지를 함께 복용할 경우 성분 간의 흡수 방해나 예상치 못한 반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용법과 유통기한 등도 당연히 지켜야 한다.

기능성식품과 관련해서는 '약도 아닌데'라는 생각으로 함부로 먹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약으로 여기고 열심히 먹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는데 당뇨병 환자들이 이른바 당뇨병 특효 식품을 섭취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명칭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바로 기능인데 기능은 과학적 근거에 따라 '~에 도움을 줌' '~에 도움을 줄 수 있음' '~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관련 인체 적용시험이 미흡함' 등 세 가지 등급으로 구분된다. 건강기능식품으로 비교적 익숙한 홍삼과 오메가3는 이 가운데 '~에 도움을 줄 수 있음'으로 정의된 2등급에 해당하는 원료다. 또한 1등급 원료로 인정받은 성분은 고시형 원료인 '루테인' '가르시니아캄보지아추출물'과 개별형 원료인 '지아잔틴' '폴리코사놀-사탕수수왁스알코올(폴리코사놀)'등 4개에 불과하며 이러한 성분의 건강식품 또한 당뇨병 치료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당뇨병 환자와 가족이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당뇨병 특효 식품의 유혹에 넘어간다. 당뇨병은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그리고 약물요법을 통해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따라서 단기간의 섭취를 통해 특효나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당뇨병 환자는 특히 당뇨병으로 진단받고 치료제 복용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 치료제를 평생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이때 치료제 복용을 미루거나 대체할 방안을 찾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식품의 섭취로는 치료제의 효과를 대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이로 인해 약물요법이 늦어지게 되면 당뇨병만 악화시키게 된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일단 처방받은 치료제는 반드시 복용해야 하며 이를 챙기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전문의에게 알리고 상의해야 한다. 치료에는 약이 필요하다.
건강보조식품이 예방에 부분적으로나마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허위·과장 광고, 불법 생산 및 유통 등을 비롯한 문제들이 있어 건강보조식품을 비롯해 건강에 좋다고 하는 것일수록 구입뿐 아니라 관리와 복용 등에 걸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졌다.


강희철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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